2020년부터 새 역사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이 빠진다. ‘대한민국 수립’은 1948년 8월15일을 정부 수립일이 아닌 ‘건국일’로 보는 뉴라이트 학자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 받아왔다.
지난 2일 교육과정평가원이 서강대에서 개최한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 자료를 보면 시안에는 ‘대한민국 수립’이 등장하지 않는다. 1948년 8월15일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명시했다.
시안에 따르면 고등학교 한국사 내용 체계는 10개의 대주제로 나뉘는데 이중 8번째 주제가 ‘냉전의 시작과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이다. 소주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8·15 광복’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6·25 전쟁과 분단의 고착화’ 등 3가지이다.
시안 개발을 맡고 있는 이환병 용산고 교사는 공청회에서 “이번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은 국정교과서 발행에 따라 파행으로 치달은 2015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을 개정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 9월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했고, 그해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시작됐다. 2015 역사과 교육과정에는 중·고교 모두 현대사 부분에서 2009 교육과정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이 “대한민국 수립”으로 변경됐다. 중학교에서는 1930년대 이후 독립운동을 거의 적지 않았고 고교에서도 근현대사와 독립운동사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는 ‘독재’가 아닌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표현했다. 민주주의와 산업화는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라는 용어로 바꿔 시장주의 이념을 부각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정교과서 집필기준도 이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교육부는 집필기준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아 ‘복면집필’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러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11월 말 현장검토본 공개를 사흘 앞두고서야 집필기준을 공개했다. 뒤늦게 공개된 집필기준 역시 뉴라이트 사관 일색으로 채워졌다는 혹평을 받았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부터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에 국정교과서를 쓰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각계의 반발에 부딪혀 국·검정 혼용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그래도 국정교과서 집필기준을 검정교과서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결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지시에 따라 지난 5월16일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국·검정 혼용체제에서 검정체제로 전환하는 행정예고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새 역사교과서를 2020년부터 현장에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역사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재검토한 뒤 내년 1월 새 교육과정과 검정교과서 개발 계획을 발표한다. 당분간 학교현장에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교과서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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