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코딩언어가 영어나 중국어처럼 활용될 것.” 서울 강남의 한 어린이전문 코딩학원이 내건 슬로건이다. 관할 교육청에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이 학원은 초등 1~3부와 유치부로 나뉘어 한달에 16시간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코딩’을 가르친다. 한달 수강료는 19만원이다. 강남뿐 아니라 서울지역 학원 중에서 저렴한 축에 속한다. 강남의 또 다른 코딩학원은 7단계로 나뉜 과정당 1개월 수강료가 60만원이다. 한 컴퓨터학원의 ‘정보올림피아드반’은 월 45만원을 받는다. ‘수행평가 대비반’을 운영하는 코딩학원도 있다.
2018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강화되면서 최근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학원이 급증하고 있다. 12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시교육청에서 공개한 학원·교습소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코딩 과목을 개설한 학원·교습소는 2015년 3곳에서 2017년 25곳으로 크게 늘었다. 학원은 2곳에서 16곳으로, 교습소는 1곳에서 17곳으로 늘었다. 강남에만 2년 사이에 학원 10곳이 새로 생겼다.
코딩 수업은 주로 컴퓨터학원에서 하지만, 코딩만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들도 생기고 있다. ‘수학적 사고방식을 가르친다’며 수학학원에서 코딩을 강의하기도 한다. 교습비도 비싸다. 서울시내 코딩과목의 월평균 교습비는 29만6000원, 강남·서초지역은 37만6000원이다.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든다는 수학과목 월평균 교습비 29만1000원보다도 높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코딩 사교육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소프트웨어 활성화교육’ 정책의 부작용”이라며 “교육부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내실화하고 별도의 사교육이 필요없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도입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초등학교에서는 실과 시간에, 중학교에서는 정보과목을 통해 소프트웨어 교육이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중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는 2019년부터 필수과목이 된다.
코딩은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이자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주고 문제 해결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영국과 미국, 일본 등도 코딩교육을 보편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당장 코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모자라고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소프트웨어 특기자전형’ 선발을 본격화하자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사교육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강남·분당의 지역 커뮤니티에는 “겨울방학에 코딩을 가르치려는데 어떤 학원이 좋으냐”는 글들이 올라온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윈터스쿨’ 형태로 집중 교육과정을 만든 곳도 많다.
이날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분석에 따르면 코딩학원뿐 아니라 고교·대학입시에 대비해 진학지도를 해주거나 자기소개서와 학생부 비교과할동을 집중 관리해주는 ‘컨설팅학원’도 2015년 356곳에서 2017년 392곳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이 ‘학생부 비교과활동 및 내용기록 관리’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대비’ ‘소논문 멘토링’ 등 대입에 대비하기 위한 교습과정을 운영한다. 특히 수강료가 100만원을 웃도는 고액 컨설팅학원이 35곳에서 66곳으로 늘었다. 한달 24시간 수업에 600만원을 받는 강남의 학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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