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있는 굿윌스토어 송파점에서 일하는 윤지은씨(28)는 출근시간보다 훨씬 일찍 가게에 나온다. 새벽 5시20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마치고 오전 7시에 가게에 도착할 때도 있다. 원래 정해져 있는 윤씨의 출근시간은 오전 10시이지만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해 눈을 뜨면 일단 매장으로 나간다.
지난 7일 굿윌스토어에서 만난 윤씨는 진열된 옷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가 맡은 일은 매장영업이지만 기부받은 중고물품을 파는 1층 매장을 정리하고 청소도 한다. 평소보다 늦기는 했지만 이날도 오전 9시에 출근했다. 2013년 4월에 입사했으니 여기서 일한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윤씨는 여전히 일이 서툴러 가게에 진열된 그릇을 깨기 일쑤다. 팀장에게 야단도 맞는다. 하지만 회사 일은 너무 즐겁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윤지은씨는 5년째 서울 송파구 굿윌스토어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7일 만난 윤씨는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얼굴이 크게 나오면 안되는데’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흔쾌히 응했다. 김영민 기자
윤씨는 2012년 나사렛대학 기독교학과를 졸업하고 커피숍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년 넘게 서빙과 청소를 하다가 굿윌스토어와 인연이 닿았다. “아빠가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추천을 해주셨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와 비교하면 굿윌스토어의 업무환경은 훨씬 좋다. 비슷한 장애를 가진 직원 50여명이 함께 일하기 때문이다. 경력이 쌓이고 업무능력이 나아지면 승진을 할 수도 있다.
얼마 전부터는 오후 5시에 퇴근을 한 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밥을 너무 좋아해서 요즘 부쩍 살이 쪘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대학 친구들을 주로 만난다. 밥 먹고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은 여느 20대 여성들과 다를 것 없다. 만나는 친구들 중에선 윤씨의 직장이 가장 좋은 편이다. 윤씨는 무기계약직이고 급여도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는다.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윤씨는 “친구들 중에는 ‘(식당에서) 만두 빚는 일’을 하는 애들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수영을 배우는 민재씨
같은 영업팀에서 일하는 권민재씨(29)는 마포에서 마천동까지 매일 출근한다. 발달장애가 있지만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10여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 5호선 개롱역에서 내려 혼자 걸어 온다. 굿윌스토어에서 일한 지 5년째이지만 영업팀으로 온 지는 아직 1년이 채 안됐다. 그전에는 개인 기부자들에게서 받은 물건을 분류하고 손질하는 ‘물류팀’에서 일했다. 지금은 책과 CD, 의류를 정리한다.
권씨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안대학인 호산나대학을 졸업했다. 굿윌스토어에 들어오기 전에는 복지관에서 못과 볼펜 따위를 조립했다. 굿윌스토어 물류팀에서 일을 한 뒤에는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권씨는 “요즘 힘이 없어서 퇴근 뒤에 수영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와 권씨의 직장인 굿윌스토어 송파점은 서울시의 미래형 직업재활시설이다. 밀알복지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전체 직원 74명 중에 51명이 장애인이다. 지적장애인이 35명으로 가장 많고, 자폐성 장애인도 12명이 일한다. 51명 중 한 명을 뺀 50명이 중증장애를 안고 있다. 모두 무기계약직이고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2011년 5월 문을 연 굿윌스토어 송파점은 기업과 개인들에게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한다. 첫해 33만개에 불과하던 기증물품은 지난해 115만개로 늘었다. 30개 기업이 기부를 하고 있고, 개인은 1만6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렇게 받은 물품으로 지난해 15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450여명이 여기서 물건을 사간다.
장애인 직원 20명은 매장 상품을 정리하는 영업팀에서 일한다. 15명은 기증된 중고물품을 분류하고 손질해 ‘상품’으로 만드는 물류팀에서 일한다. 중고물품에는 온갖 먼지와 오물이 묻어 있기 일쑤라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하는 고된 업무다. 나머지 인원은 1층의 별도 작업장에서 오뚜기 선물세트를 만든다. 오뚜기 본사가 보낸 온갖 식료품들을 선물세트로 재조합해 포장하는 일이다. 오뚜기는 제품을 기부할 뿐 아니라, 매년 선물세트를 포장하는 업무 일부를 굿윌스토어에 위탁한다. 허경태 물류팀장은 “명절 선물세트뿐만 아니라 ‘1+1’ 물품 포장도 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일감이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장애인 의무고용 쿼터를 위탁형태로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이 된다”고 설명했다.
송파점 장애인 직원의 90%는 일한 지 4년이 넘었다. 한 번 입사하면 좀처럼 그만두지 않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업무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고, 최저임금을 보장하며, 1시간마다 15분씩 휴식시간을 주는 곳은 장애인들에겐 ‘신의 직장’이다. 송파점 남궁규 원장은 “직원들의 부모님들은 여기가 ‘장애인계의 삼성’이라고 말씀하시더라”며 “가끔 결원이 생겨 채용을 하려면 경쟁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자선이 아닌 기회를”
굿윌스토어 송파점의 장애인 직원들에게는 각기 고유한 업무가 있다. 매장 정리를 하더라도 담당 구역이 따로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남궁 원장은 “예전에는 장애인 직원들이 일을 하러 (역할 구분 없이) 그냥 다 나갔다”며 “본인도 힘들고, 같이 일하는 비장애인 직원들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뒤에는 업무 트레이닝을 통해 분야별로 역할을 나눠줬다. 업무 배치를 할 때에도 장애 정도를 면밀히 고려했다.
결원이 나서 새로 사람을 뽑을 때는 지원자 중 그 업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골랐다. 지금은 물류팀, 영업팀, 포장팀 등에 정기적으로 순환인사도 한다. 남궁 원장은 “꾸준히 기회를 주면, 장애인들의 업무 능력은 분명히 향상된다”고 했다. 이곳 직원들의 유니폼 조끼 등에는 “자선이 아닌 기회를”이라는 구호가 쓰여 있다.
이렇게 될 때까지 기회를 주기 위해선 비장애인들의 배려가 우선돼야 했다. 장애인 직원과 일하는 비장애인 직원은 자기 일을 하면서 파트너에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 끊임없이 되풀이해 일을 가르쳐야 할 때도 있다. 그런 노력을 모두가 해줬기에 이만큼 왔다.
굿윌스토어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 배려가 필요하다. 송파점은 기업의 기부와 서울시의 지원 없이는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아직은 자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일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와 격리된 시설이나 집에만 있던 장애인들이 스스로 돈을 벌고 자존감을 가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려면 특히나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배려와 교육이 필요하다.
굿윌스토어 송파점 직원들은 해마다 한 차례씩 2박3일 캠프를 떠난다. 지난 6월에는 전주와 변산반도를 여행했다. 그동안 매장은 굿윌스토어 부모회 회원들이 맡아서 관리해준다. 장애인 직원의 부모들이 사흘간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부모들은 봉사가 끝난 뒤에도 자녀들의 휴가가 끝났다며 아쉬워한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자녀를 온전히 남의 손에 맡긴 채 마음 편히 지내는 기간이 1년 중 이때뿐이기 때문이다. 굿윌스토어 관계자는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굿윌스토어같이 안전한 직장은 일종의 보육시설”이라며 “직장에서 이들이 일하는 시간에 부모도 마음 놓고 생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장애인 부모의 부양 부담도 덜어준다는 의미다.
장애가 있어도 ‘꿈’은 똑같아
“시대 흐름에 따라서 꿈도 다른데, 연예인 꿈꾸는 애들도 있어요. 중·고등학교에 가서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건 요즘은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시험이에요. 교사나 몇몇 행정직 공무원 직종은 장애인 특별전형이 있거든요. 특히 시각장애아들이 많이 합격해요. 인지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지체장애인도 가능하고요. 애들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준비를 하고, 꿈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가능하고요.”
종로에 있는 국립 서울맹학교 이영미 교감 선생님의 말이다. 이 교감은 “그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업종 쪽에도 의외로 진출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면서 “박사 학위를 받고 구글에서 일하는 우리 졸업생도 있다”고 말했다. “그분 말씀이, IT 쪽은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예요. 인공지능(AI) 연구하시고, 아이폰에 ‘시리’라는 기능이 있잖아요. 그런 거 일하시는 분이에요. 우리 학생들 중에도 그쪽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맹학교에선 안마사 자격증을 주는 ‘이료반’과 인문반 두 과정을 운영한다. 시각장애인은 대개 안마사가 된다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고정관념이다. 요즘은 이료반을 나온 학생들도 대부분 대학에 진학을 한다. 고등학교 때 따놓은 자격증으로 아르바이트 삼아 안마를 하거나, 점자 교정을 하는 ‘점역 교정사’ 일을 하기도 한다. 대구대학교에는 점자도서관이 있어, 시각장애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쓴다고 했다. ‘교정 알바’의 종류도 다양하다. 국어 교정사 자격증은 1급부터 3급까지 있고, 영어나 수학기호, 음악 점자 교정 자격증이 다 따로 있다.
임용시험을 보고 교사가 된 이들도 있다. “수학 선생님이 우리 학교 출신입니다. 수학교사 평가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하실 정도예요. 수학이 논리적이잖아요. 수능에서 한 문제 틀려서 서울대 들어간 학생도 있어요.” 시각장애인 중에 최초로 일반학교 교사가 된 사람은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천안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최유림 교사다. 이웃한 청운중학교에서도 서울맹학교를 졸업한 강신혜 국어교사가 교편을 잡고 있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이라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며 수업을 하는 강 교사는 2012년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방송 등에 소개되기도 했다.
‘학교 밖’은 어디일까
영화 <말아톤>의 모델이 된 자폐성 장애인 배형진씨의 어머니 박미경씨는 한 인터뷰에서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을 했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은 똑같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의 아이의 삶이다. 사회 속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일해서 돈을 벌고 제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특수교육 대상자는 7734명이다. 이 중 절반 가까운 3582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사람은 1027명이었다. ‘비진학·미취업’으로 분류된 사람이 3125명이나 됐다. 전공과에 갔다 해도 취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전공과를 졸업한 2052명 중 60%인 1219명이 진학도, 취업도 하지 못했다.
굿윌스토어 같은 ‘꿈의 직장’이 생기고 맹학교를 나와서 비장애인과 경쟁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에게 학교 밖 세상은 만만치 않다. 윤씨와 권씨처럼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은 그리 많지 않다. 굿윌스토어는 송파점 외에도 도봉구, 경기 구리, 전북 전주 등에 매장이 있다. 그러나 송파점 정도의 규모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곳은 도봉점뿐이다. 구리와 전주점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않는 소규모 점포라 장애인 직원이 서너 명에 불과하다. 굿윌스토어 전체 장애인 직원은 110명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등록장애인은 251만1051명, 인구의 4.9%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우리가 길을 가다 마주치는 사람 스무 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이어야 한다. 그런데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대중교통이나 거리에서 장애인을 보기는 쉽지 않다. 15세 이상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8.5%로 전체 참가율(63.3%)에 훨씬 못 미친다. 취업을 한다 해도 일하는 분야가 한정돼 있다. 올해 고등학교와 전공과를 졸업하고 취업한 1847명 중 3분의 1가량인 633명은 제품제조업을 택했다. 그 다음으로는 식음료서비스직이 262명이었고 청소세탁 153명, 사무보조 140명, 식품가공제과제빵 109명 순이었다.
서울맹학교 출신들처럼 비장애인과 인지능력 등이 같다면 직업 선택의 폭은 조금 넓어진다. 하지만 특수교육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지적장애인(53.8%)이나 자폐성 장애인(12.8%), 발달지체 장애인(6.4%)들은 사회의 배려가 없다면 세상으로 나갈 길이 막힌다.
통합의 첫걸음은 교육에서부터
장애아동을 키우는 한 엄마는 “장애가 있는 아이는 순간이동을 하는 셈”이라고 했다. 특수학교는 대부분 통학차량을 운영하기 때문에,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집에서 학교를 오가면서 비장애인들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아이들이 ‘바깥 세상’과 만났다가 혹여 상처라도 받을까 부모들이 전전긍긍하며 보호하기도 한다. 이 아이들을 둘러싼 세상은 집과 학교뿐이다. 그 둘 사이를 순간이동하듯 오가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장애인 정책이 격리를 부른 측면도 있었다. 중증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특수학교에서 따로 교육을 받고, 졸업을 하면 몇몇 장애인 사업장에서 일한다. 취업하기 힘든 장애인들은 ‘시설’로 불리는 곳에 사실상 갇힌 채로 평생을 보낸다. 강서 특수학교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특수학교를 더 늘리겠다고 했다. 특수학교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지만, 분리교육보다는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문재인 정부는 특수교육에서 ‘통합’을 가장 앞세우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2년까지의 특수교육 큰 틀을 담은 ‘제5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성인이 되면 사회에 나가 한데 어울려 살아야 할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어린 시절부터 함께 배우고 자랄 수 있도록 하는 통합교육을 국가의 특수교육 정책 기조로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특수학교를 지금의 174개교에서 196개교로 늘리고, 일반학교의 특수학급도 10% 이상 늘리겠다고 했다.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생활하는 통합유치원도 전국에 만들기로 했다.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교육을 받으면 장애학생은 어린 시절부터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비장애학생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려심과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특수학급 교사는 “고등학교에서 통합교육을 했을 때 통합의 정도가 50%라면 유치원은 90%”라며 “어릴 때 통합교육을 경험한 친구들이 확실히 이해도가 높다”고 말했다. 유엔도 통합교육을 권고한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는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모든 수준에서의 통합적인 교육제도와 평생교육을 보장함은 물론 장애인의 통합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은 이 협약에 가입돼 있다.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바로 통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공간적으로 일반학교에 있을 뿐 실제로는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교사와 주변 학생들의 이해가 없으면 오히려 분리교육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대식 경인교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장애를 이해하는 것은 형식적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머리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작더라도 변화와 체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발달장애인들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쪽의 특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안경 쓴 사람’ 정도로 자연스럽게 느끼려면 서로 부대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핀란드는 35%가 특수교육 대상자
당장 필요한 것은 특수학급보다는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핀란드에서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전체 학생의 35%를 차지한다. 특수교육의 범위를 넓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교실에 특이한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한 명을 위해 별도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아이가 괜찮아지면 일반학급으로 복귀하고, 심해지면 다시 필요한 교육을 받는 식으로 유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현장의 특수교사들 사이에선 분리냐 통합이냐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장애아동의 숫자는 지역마다 다르고, 해마다 달라진다. 장애의 종류나 정도도 다르다. 한 학년에 몇 반, 한 반에 몇 명 하는 식으로 교육행정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ㄱ특수교사(41)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아이들을 가르친다. 이 학교에 특수학급이 생긴 지 3년이 됐다. 특수학급은 2학급이고 학생 17명이 배정돼 있다. 원래는 한 학급에 6명까지 둬야 하지만 “지역적 상황 때문에” 정원을 넘겨 아이들을 받았다. 이웃한 학교에 특수학급이 있었는데, 그곳 교사의 건강이 나빠진 탓에 이 학교에 많이 배정된 것이다.
담임교사뿐 아니라 공익근무요원과 특수실무사, 구청에서 나온 학습도우미와 보조인력들이 아이들을 돌본다. 학년 분포는 고르지 않다. 장애 특성에 따라 아이들을 묶기 때문에 3·5·6학년이 한 반을 이루고 1·2·4학년이 또 다른 반을 구성하는 식이다. 학생들은 특수학급과 일반학급 양쪽에서 수업을 받는다. 수학이 서툰 아이들은 수학을 특수학급에서 배우고, 음악시간에는 통합수업을 받다가 특수반으로 오는 애들도 있다. 몇몇 아이들은 한글부터 배워야 하고, 교과서 진도도 따로 나가야 한다.
ㄱ교사는 “학기 초에 분위기를 어떻게 형성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린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편견이 적지만 고학년이 되면 또래들 사이의 응집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고 했다. 장애에 대한 편견이라기보다는, 그 나이대에 시작되는 보편적인 또래 갈등이 있는데 장애아동들이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 조절에 문제가 있는 학생이 있었어요. 자폐성이 강하고 강박이 있었는데 도와주는 선생님을 다치게 했어요. 결국 그분은 다른 기관으로 가셨죠.”
그렇기 때문에 발달장애나 자폐성 장애 학생에게는 특수학교에서 분리교육을 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ㄱ교사는 설명했다. 그는 “다양성 관점에서 작은 특수학교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교육을 하려면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교육과정을 함께 구성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장애아동들의 심리적 안정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ㄱ교사가 일하는 학교의 한 시각장애 학생은 중학교를 특수학교로 진학하고 싶어 한다. 일반학교에 다니다 보면 학년이 바뀔 때마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주변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불편함이 크다. “본인이 심적으로 더 안정되고 싶어 해요. 매년 자기 상태를 설명해야 하고, 장애 이해 교육을 해야 하고, 선생님들에게도 다시 말해야 하고. 특수학교에 가면 또래들 사이에서 더 편하게 생각하고 자존감을 많이 키우더라고요.”
중요한 것은 아이들 사정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유기적인 시스템과 선택의 폭인 셈이다. 학교 밖에서 함께 살기 위한 노력은 학교 안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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