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 지상파 3사가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 ‘기준 미달’ 점수를 받았지만 조건부 승인으로 위기를 넘겼다. 방송계의 고질적 문제인 외주제작 ‘갑질 관행’을 고치라는 조건이 붙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14개 방송사 소속 TV·라디오·DMB 등 147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를 의결했다. 지상파 3사에 소속된 TV·라디오 등 14개 방송국이 기준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으나 3년 기한으로 조건부 재허가를 승인했다. 방통위는 “방송 공정성 제고, 제작종사자 자유와 독립 강화, 종사자 징계 절차 개선, 콘텐츠 경쟁력 제고 등에 대한 방송사의 의지와 구체적 이행계획을 확인했다”고 승인 이유를 밝혔다.
방송법에 따라 방송사업자는 정기적으로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를 받는다. 방통위는 1000점 중 650점이 못 되는 점수를 받은 사업자에게는 조건부 재허가를 해주거나 허가를 거부한다. 이번 심사에서 SBS는 647.20점, KBS1은 646.31점, KBS2는 641.60점을 받았다. 부당해고와 징계·전보, 공정성 논란이 극심했던 MBC는 616.31점을 받았다. 지역 방송사 중엔 대전MBC가 유일하게 기준에 못 미쳤다. 대전MBC는 이진숙 사장의 진퇴를 놓고 노조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3사는 2013년 재허가 심사 때에는 모두 700점을 넘겼다.
방통위는 지난 7월 외부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꾸려 심사를 해왔다.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을 높이고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할 방안, 종사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막을 방안, 지역방송사의 지배구조 개선, 독립PD의 사망까지 부른 불공정한 외주제작 시스템을 개선할 방안을 중점으로 심사했다고 방통위는 밝혔다.
방통위는 기준에 못 미친 방송사들에 직원 징계제도를 고치고 외주제작 거래의 관행을 개선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KBS와 EBS에는 자체제작 표준 단가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외주제작사에 주는 단가를 후려치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외주제작 인력이 상해·여행자보험에 가입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방송사의 의무로 규정해 평가항목을 새로 만들고, 안전대책을 세웠는지도 재허가 조건에 넣기로 했다. 방송사들이 외주제작 관련 협회 등과 인권선언문을 제정하게 하고, 이를 지키는지도 살필 예정이다.
또 방통위는 KBS와 MBC에는 방송제작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편성위원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제작 현장 종사자와 경영진이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했다. 재난방송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미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규형은 물러났다, 이제 고대영 차례” ‘승리’ 목전 둔 KBS 새노조 (0) | 2018.01.08 |
---|---|
“tvN <화유기> 제작 중단하고 스태프 추락사고 명확히 규명하라” (0) | 2018.01.08 |
“지난 5년 MBC뉴스 보기 싫었다” MBC 앵커들의 새로운 다짐 (0) | 2018.01.02 |
외주제작사에 갑질한 방송사, 재허가 때 불이익 받는다 (0) | 2017.12.31 |
'유배자'들 돌아온 MBC, '우리말 나들이'의 특별한 스무돌 생일잔치 (0) | 2017.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