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파괴의 대명사’로 불리는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유성기업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6년에 걸친 유성기업 사태의 첫 매듭이 지어진 것으로, 노조 탄압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차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대법원은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 측이 낸 상고에 대해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유 회장과 함께 기소된 유성기업 아산·영동공장장과 노무담당 임원 등에 대해서도 유죄를 확정했다. 유 회장은 2015년 4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8월 2심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1년2개월로 감형했다.
이로써 유성기업 노조 탄압에 대한 법정 공방은 첫 매듭을 짓게 됐다. 2011년 노동시간을 줄이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첨예해지자, 유성기업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노조(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와해하는 공작을 펼쳤다. 파업에는 공격적인 직장폐쇄로 응수하고, 금속노조를 견제하기 위해 회사에 친화적인 2노조(어용노조)를 만들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사용자가 노조 활동에 지배·개입하는 행위를 노동 3권(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2년 이하 징역·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 대표가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확정판결까지 받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애초에 사용자가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고 구속수사를 받거나 실형을 선고받는 일 자체가 극히 드물다. 유성기업과 비슷한 시기에 심각한 노사 분규를 빚었던 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은 대표이사가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2심에서 부당노동행위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그만큼 유성기업이 자사 직원과 노조를 상대로 저지른 행위가 무겁다는 뜻이다. 유성기업은 직장폐쇄를 푼 뒤에도 금속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CCTV·녹음기를 동원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임금·승진에서도 차별해 왔다. 지난해 3월 관리자들의 노조 탄압으로 우울증을 앓던 조합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충남에 위치한 유성기업은 현대차에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다. 하청업체 노조의 쟁의활동으로 납품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현대차가 부당노동행위의 ‘배후’라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지난 5월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유성기업 경영진과 공모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현대차 구매본부 직원 4명을 기소했다. 당시 공소장을 보면, 현대차 직원들이 유성기업 신규노조 가입 인원을 보고받거나 가입 확대를 독촉하고, 유성기업 임원들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대책회의까지 벌인 정황이 나와 있다.
유시영 회장의 부당노동행위가 대법원에서 확정지어지면서 그와 함께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현대차의 혐의도 뚜렷해진 셈이다. 다만 현대차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종업원의 ‘법인’도 과실 비율을 묻지 않고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노조법의 양벌규정은 위헌”이라며 위헌 제청을 신청해, 재판은 무기한 연기돼 있는 상태이다.
이날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는 성명을 내 “대법원의 상고 기각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전히 유성기업은 관리자를 동원한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라며 “회사는 해고자 복직,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 등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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