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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과로 산재인정 확대...근무시간 조건은 완화하고 근무환경 본다

송윤경 기자. 2017.12.28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ㄱ씨는 주문 물량이 갑자기 많아졌으니 이틀 연속 철야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ㄱ씨는 이미 석달 동안 사흘도 못 쉰 채 일해온 터였다. ㄱ씨는 심야근무를 하다가 심장을 쥐어짜는듯한 통증을 느꼈고,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ㄱ씨는 산업재해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갑자기 야간 근무를 하다 병이 생겨도 산재로 인정받기가 힘들었다. 진단 받기 전 ‘12주 연속 주당 60시간 근무’라는 조건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느끼는 피로도를 감안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적용돼온 ‘과로’의 산재 인정 기준이 내년부터는 완화된다.


고용노동부는 28일 만성과로로 생기는 뇌심혈관계질병의 산재인정기준을 내년 1월1일부터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만성과로에 대한 산재인정기준 고시에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면 업무와 발병간 관련성이 강하다’고 적혀 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노동자는 야간근무나 교대근무가 많았어도 산재 신청을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노동부는 근무시간을 3단계로 나눠 고시를 바꾸기로 했다. 기존 고시의 조건을 충족시켰을 경우 개인 질병이 아닌 이상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 12주 동안 52시간 넘게 일했을 경우 “업무와 발병 간 관련성이 증가한다”라고 명시한다. 거기에 ‘가중요인’까지 있으면 “관련성이 강하다”라고 해석하기로 했다. 전날이나 당일에야 근무시간이 정해지는 등 일정을 미리 알기가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온도변화나 소음에 노출되는 등 작업환경이 유해한 경우, 육체적 강도가 높은 경우,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이 가중요인에 해당한다. 12주간 1주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이 넘지 않더라도 가중요인이 확인되면 “업무와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과로시간을 계산할 때 야간근무는 주간근무 시간보다 30%를 더하기로 했다. 또 뇌심혈관계질환 발병 이전에 고혈압이나 당뇨같은 지병이 있었더라도, 과로 때문에 생긴 질병과 상관없는 기초질환은 심사에 반영되지 않도록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지금까지는 기존 질병이 있을 경우 산재로 인정해주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