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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혼란 줄이려면 비상조치 발령을 덜 하면 된다?...오락가락 미세먼지 정책  

2018.1.25 송윤경 기자


앞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발령 요건을 넘더라도 발령 당일 오전의 농도가 ‘보통’ 이내일 때는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지 않아도 된다.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비상저감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25일 내놓은 개선안을 보면,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발령일 하루 기준으로 ‘나쁨’이더라도 출근시간인 오전 6시~9시에 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보통’이내라면, 환경부와 이들 지자체로 구성된 협의회에서 발령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실효성이 논란인 상황에서 오히려 비상조치 발령을 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전날 자정부터 오후 4시까지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고 다음날 역시 ‘나쁨’으로 예보되면 발령된다. 그중 다음날 ‘나쁨’ 이라는 요건을 다시 세분화한 것이다. 다음날 하루 전체가 ‘나쁨’으로 예보되더라도 오전에는 ‘보통’으로 나타나는 경우라면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사실상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기준을 후퇴시킨 것이다.

환경부와 서울·인천·경기도는 이같이 조정을 하게 된 이유로 지난 15일 사례를 들었다. 정부는 15일 오전 6시~오후 9시 동안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겠다고 전날인 14일 저녁 밝혔다. 14일 자정부터 오후 4시까지의 미세먼지 농도 ‘나쁨’, 다음날인 15일 ‘나쁨’ 예보 등의 요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5일 오전 출근시간의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대중교통 요금 면제 등 서울시가 실시한 시민참여형 차량 2부제 조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와 이들 지자체는 “15일의 경우 출근시간대에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으로 나타나 국민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비상저감조치 발령요건의 완화는 최근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 농도를 완화시키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고농도 미세먼지가 닥쳐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조치가 없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오던 터였다. 김순태 아주대 교수는 “미세먼지가 이미 고농도가 올라갔을 때 줄이기 시작하면 늦다”면서 “적어도 3일 전부터는 그런 조치가 취해져야지만 (비상저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겨울 적용됐던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발령요건은 정부 스스로 “요건이 까다로워 발령이 잘 안된다”면서 스스로 바꾼 것이었다. 환경부는 지난해 2월부터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았던 지난해 늦겨울·봄철에 한번도 발령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환경부는 지난해 4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요건을 완화했다.  

민간참여 효과 예상보다 컸던 차량 2부제...공공차량의 최대 4


공공부문 차량의 두배에 이르는 민간차량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때 2부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서울·인천·경기 합동점검팀이 올 겨울 네 차례 발령됐던 비상저감조치의 이행실태를 점검해 25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차량 2부제가 의무 적용된 공공부문 차량 대수는 11만3000여대, 자발적으로 참여한 민간부문 차량 대수는 20만8000대~41만6000대에 이르렀다. 환경부는 애초 공공부문 차량에만 2부제를 적용하려 했으나 서울시가 교통요금 무료정책을 펼쳐 민간의 참여를 유도한 결과다. 

수도권 공공부문의 차량 대수는 수도권을 돌아다니는 전체 차량 750만대의 1.6% 수준이다. 즉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때 공공부문의 2부제 이행이 완벽히 이뤄지더라도, 민간의 참여 없이는 2부제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다. 합동점검팀이 확인한 공공기관의 2부제 이행률은 94%였다.

서울시의 교통요금 무료 정책에 따른 민간차량의 2부제 참여율은 사실 인구수 대비로는 5~10%에 머물렀다. 하지만 민간차량 규모가 워낙 커서, 차량 대수로 볼 때는 공공부문의 최대 네배 남짓에 달하는 규모가 2부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축된 미세먼지 양으로 보면 공공부문 차량에서 하루 평균 428kg씩, 민간 차량에서 1182kg씩 줄었다.

환경부는 차량 2부제, 사업장·공사장 가동률 조정 등 각각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결과를 모두 더해 보니, 하루 평균 147t씩 배출되던 초미세먼지(PM2.5)가 1.5t~3.5t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배출되던 양과 비교하면 하루 1~2.4%씩 줄어들었다.

조치별로 따져도 민간이 참여한 차량 2부제의 효과가 가장 좋았다. 미세먼지 감축량 순으로 볼 때 차량 2부제가 미세먼지를 하루 평균 1.61t 줄였다. 공공행정기관의 대기배출사업장·건설공사장의 조치는 각각 0.34t, 0.29t씩 미세먼지를 저감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배출사업장·공사장의 조치가 차량 2부제에 비해 효과가 적었던 이유는 애초 공공행정기관이 관할하는 곳에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운영시간 단축, 가동률 하향 조정, 출·퇴근 이외 시간 가동, 약품추가 주입 등의 조치를 취한 수도권의 대기배출사업장은 80개 업소에 머물렀다. 건설공사장 역시 공공행정기관 관할 514곳만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살수량 확대, 인근 도로 물청소 강화, 야적물질 방진덮개 씌우기 등을 실시했다. 환경부는 수도권 공공행정기관 관할 대기배출사업장·공사장이 평소보다 미세먼지를 20%씩 덜 배출한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