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연합뉴스
갑작스런 ‘폐교 선언’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은혜초등학교가 폐교 추진을 중단했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오는 3월2일 새학기 시작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학사일정은 물론 교사들의 거취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정상운영이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립학교인 은혜초는 지난 5일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잔류 학생이 집계 되는대로 학급 편성을 하고 교비를 책정할 예정입니다만, 학교 운영비를 최대한 절감하더라도 교비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 것이어서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폐교를 막기 위해 꾸려진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재단은 여전히 정상화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남을 학생이 몇 명인지 몰라 일을 못하겠다’고 한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겨울방학 내내 ‘폐교 논란’
겨울방학식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28일 오후 은혜초는 학부모들에게 이사장 명의의 가정통신문을 보내 폐교를 통보했습니다. 수년간 학생 수가 줄어 재정적자에 시달린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은혜초는 가정통신문을 보낸 그날 서울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 인가를 신청했습니다. 서부교육지원청은 은혜초가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나눠 보낼 계획이나 교직원 고용승계 대책 등을 갖추지 않았다며 신청을 최종 반려했습니다.
은혜초는 1966년 문을 열었습니다. 학생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35명입니다. 정원(360명)의 65.3%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11월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까지 마쳤지만 지원자는 60명 정원의 절반인 30명 뿐이었습니다.
폐교를 하려면 신입생과 재학생 학부모들이 전원 동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단은 학생, 학부모들의 뜻도 묻지 않고 2월 말까지만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폐교를 원치 않는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재단에 폐교 신청을 늦춰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은혜초는 지난달 17일 서울시교육청에 “(폐교와 관련해) 교육청이 요구하는 여건을 갖출 때까지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학교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후 겨울방학 스키캠프·진로체험활동 수요를 다시 조사하는 등 정상화 수순을 밟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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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초는 지난달 23일 폐교 추진을 중단하고 오는 3월2일 정상적으로 개학해 학사운영을 하기로 시교육청과 합의했습니다. 시교육청은 학교법인 은혜학원이 예금 형태로 가진 수익용 기본재산을 활용해 3억원대로 추산되는 은혜초 재정적자를 메꿀 수 있도록 허가하기로 했습니다.
■ 학교 하기에 달렸다
폐교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지난달 초 아이의 전학을 신청한 학부모가 90여명이었던 걸 감안하면 새학기부터 은혜초를 떠나는 아이들은 정원의 절반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입학할 예정인 30명 가운데 입학등록을 마친 신입생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학교 측은 지난달 26일 학부모들에게 공문을 보내 “추후 폐교 요건이 원만히 성립되면 유치원 등 어린이 교육에 진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은혜초는 문을 닫고 은혜유치원만 운영하겠다는 뜻입니다.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급수를 감축해 2~6학년 5개반만 운영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한 학기를 보내게 될지는 불투명합니다. 학부모 비대위 관계자는 “부모들은 학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학을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학사일정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건데 아직도 안나오니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시교육청은 “교육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많다”는 은혜초의 요청에 따라 특별장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교육청은 은혜초가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담임교사와 보직교사를 배치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지 조언할 계획입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정상화가) 아주 잘 되고 있다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다행히 폐교는 안 하기로 결정났으니 차질없이 새학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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