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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학종 없었으면 대학 못 갔어요” “학종 적기 위해 살아요” 학생·학부모들 생생 증언

강원 동해시 북평고를 졸업한 김세현씨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경인교대에 합격했다. 김씨는 “초등교사가 정말 되고 싶고 자질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도시의 한계로 수능은 광역시나 수도권 친구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학교생활에 노력하고 진로관련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을 알아주는 학종이 있어서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종은 교과성적으로만 뽑지 않고 다양한 점을 평가한다. 시대 흐름에도 맞고 진정한 인재를 뽑을 가능성을 갖고 있다. 문제만 개선되면 정말 좋은 입시전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씨는 “학종 준비과정에서 사교육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 돈을 과도하게 지불해야 하는 전형이라고, 일부 사례만 가지고 폐지를 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학생 부담을 덜기 위해 학종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고 학생부의 신뢰성을 높여야한다고 했다. 또 지역, 학교에 따라 생기는 정보격차를 공교육이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8일 서울 서초구 에듀웰센터에서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강화방안’을 주제로 제3차 대입정책포럼을 열었다. 노도현 기자


대전 성모여고를 졸업한 박혜린씨도 학종으로 교원대에 합격했지만 김씨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박씨는 “상위권 대학은 정원의 과반을 학종으로 선발하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학종 준비에 대한 부담감을 주고 N수생의 입지를 좁히기 때문에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종을 준비해본 학생이라면 ‘기록하기 위해 생활한다’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기록을 위해 하고 싶은 활동이 아닌 입시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다. 학생부 기입 여부에 따라 학생 참여도가 다른 점을 미뤄봤을 때 학종이 오히려 이해타산적인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교육부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에듀웰센터에서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강화방안’을 주제로 제3차 대입정책포럼을 열었다. 고교 2~3학년 학생과 학부모, 진학담당 교사들이 현장에서 느낀점과 개선방안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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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대학 입학처가 공개한 학종 서류평가 기준은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모든 방면에 대비해야 한다. 학종을 준비하기 위해 특별반에서 단체로 주말 등산을 가고 점심, 저녁시간에 밥을 빨리 먹고 캠페인을 하는 등 저의 휴식시간은 비교과 활동을 위한 시간이 됐다. 진로과제 연구대회와 독서 아카데미, 각종 교내 경시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잠도 줄여야 했다. 또 공개되지 않은 심사과정 때문에 ‘깜깜이 전형’이라고 불리듯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새학기부터 수험생이 되는 도림고 2학년 오승진군은 “학생부 종합전형을 확대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군은 “학종 확대 전 까지는 학교 수업이 판서식 수업 위주였다면 지금은 학생들이 주가 되는 참여 수업이 증가하고 다양한 수업방식이 학교에 도입됐다”면서 “성실히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활동이 생활기록부에 전부 다 기록되면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왜 학종 때문에 사교육을 찾게 될 수밖에 없는지를 토로했다. 경기 군포 산본고 2학년 학생의 어머니 강봉근씨는 “학종은 비교과 활동으로 지원이 가능한 대학과 아이들의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신경 써주는 선생님이라는 변수가 작용한다.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학종이 어렵게 느껴진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 공교육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설 입시 컨설턴트들을 찾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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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정보의 접근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부모들에게 학종 관련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학은 학종 선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고등학교 시스템의 공정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서울 배명고 2학년 학생의 어머니 박귀옥씨도 “담임선생님께 일일이 상담드리기도 부담스러운데, 대학도 문이 높아서 전형에 대해 다 물어볼 수 없으니 사교육 컨설팅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고 말했다. 박씨는 “학교에도 대학 전형을 여쭤보면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는 진로상담 선생님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이라고 했다.

박씨는 “고교 1학년 성적을 가지고 학종을 준비할 건지 정시를 할 건지 학교에서 상담을 하게 된다. 내신 3등급 안에 들어가지 않는 학생들은 정시를 준비하는 게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며 학종과 수능 비율이 균형을 이뤄야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달라지는 입시정책을 두고서는 “극단적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문제점을 보완해가는 식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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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의 어머니 김인숙씨 역시 “수시, 정시 간 비율을 균형있게 맞추는 일이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했다. 김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한 학년 정원이 200명도 안 되는데 학기마다 학생이 빠져나간다. 등급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과 학생들은 1등급이 없다. 이 아이들이 학종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치열하고, 아무리 준비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있다”고 말했다. 또 소논문 등 학생부 기재 항목을 언급하며 “현재 학종은 고등학생의 수준을 벗어나있다”고 봤다.

“점수로만 학생을 평가하지 않는 좋은 제도지만 개선이 필요하다.” 학종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박재현 경남 진해고 교사는 “대학의 설명회, 간담회 등에서 학생부 기재요령 변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입학사정관이 해당 내용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선발과정에 대한 의구심과 선발전문가의 역량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대학은 고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평가 결과를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부에서 자율동아리 활동, 교내 수상실적 등을 빼는 방안에 대해서는 에 대해서는 “현재 학생부에 기록돼야 하는 많은 항목 중 교육적 의미가 없는 건 없다. 그 항목이 사라지면 그것이 교육적 의미가 없다고 인정해버리는 것이다. 학생마다 개별 편차가 있기 때문에 항목을 통합해서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고 했다.

[현장]“학종 없었으면 대학 못 갔어요” “학종 적기 위해 살아요” 학생·학부모들 생생 증언

우창영 서울 휘문고 교사는 “학종은 선수와 코치가 함께 달리기를 하는 경기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코치를 만나면 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라며 “잠재역량이나 발전가능성을 평가하는 훌륭한 전형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준비된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라고 말했다. 우 교사는 일반고의 활성화와 역량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하며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광역단위 자사고는 빨리 일반고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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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태 경기 안산강서고 교사는 “1, 2학년에 자신의 진로에 맞는 학교활동에 충실히 참여해도 결국 3학년 때 내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서울권 일부대학에 소신지원 한다. 지방 대학은 학종 비율이 너무 적어 교과전형으로 선회하여 지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 교사는 전국 모든 대학이 모집정원의 일정 비율을 학종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학생부 항목 축소에 대해서는 “오히려 학교 내신을 잘 따기 위해 사교육으로 갈 우려도 있다”며 “교사별, 학교별 학생부 기록 차이를 인정하고 항목을 삭제하기보다는 보완하는 방안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달 말 ‘대입전형의 공정성’을 주제로 제4차 대입정책포럼을 연다. 포럼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종합해 대입개편시안을 마련하고 국가교육회의를 거쳐 올 8월까지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