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포항에서 일어난 4.6 규모의 지진은 지난해의 포항 강진을 일으킨 단층의 남서쪽 끝에서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규모 5.4에 이르렀던 지난해 11월 포항 강진 때 주변지역에 충격이 가해졌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쌓인 힘이 이날 분출된 것으로 분석했다. 포항강진 이후 여진이 계속된 지역에선 추가로 강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 강진을 일으켰던 땅 속 단층은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단층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15일 포항 강진이 일어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여진의 분포를 보면 진앙지를 중심으로 남서·북동 방향의 타원형이 그려진다. 이번 지진은 그중 남서쪽 가장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에서 본진 이후 가장 강한 4.6 규모 여진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 지역이 그만큼 에너지가 배출되기 쉬운 취약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반면 포항강진이 일어난 곳의 땅 속은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손문 부산대 교수는 “지진은 땅 속 단층에 쌓여있던 에너지를 해소하는 과정인데 이때 그 주변의 단층엔 다시 응력이 쌓인다”면서 “이미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서는 땅 속 단층의 에너지가 많이 해소돼 비교적 안정된 상태가 되지만 앞선 지진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주변지역에서는 또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항 부근은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강한 힘이 가해진 곳이다. 손 교수는 “3000만년 전까지 본래 한반도 동남부와 일본 열도는 붙어있었고 동해는 닫혀있었다”면서 “포항은 1000만년 전까지만 해도 바다 속에 잠겨있었고 (동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땅이 벌어질 때 강한 에너지가 가해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동해가 만들어질 무렵 포항 지역에는 곡강동 단층 등이 만들어졌으며, 포항 강진은 곡강동 단층의 짝을 이루는 단층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꼭 포항강진을 발생시켰던 단층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이 지역엔 활성단층이 많아, 포항강진 때문에 쌓인 응력이 언제든 분출될 수 있다.
2016년 9월의 규모 5.8 경주 지진 이후 포항 등에서 또 다른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했던 홍태경 연세대 교수 역시 포항의 주변지역을 우려했다. 특히 홍 교수는 “강진이 일어났던 경주와 포항 사이에서 강진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포항강진을 만들어냈던 단층은 굉장히 큰 단층으로 판단되고 아직까지 전체 규모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 단층의 일부분이 쪼개져서 포항강진이 일어났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 단층이 분절화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만약 이 단층에서 쪼개지지 않은 더 큰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이 쪼개지는 상황이 오면 강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권 강원대 교수 역시 “여진 분포지역 부근에 추가로 강한 지진이 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면서 “포항 강진 이후 3개월 남짓 된 상황이라 지반이 약해져 있고 건물의 완전한 복구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주변지역 주민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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