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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사태, 어디로](3)GM 본사의 글로벌 전략 변화…한국지엠의 독자 생존력이 관건

김준 선임기자·임지선 기자 jun@kyunghyang.com

GM과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경영 전반에 대한 실사에 합의하면서 정부 투자가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경계론에도 힘이 실린다. 호주 등의 선례에서 보듯 GM이 자금을 지원받고도 철수한 사례가 있어서다. 추가 지원을 위해 맨 먼저 검증할 대목으로 ‘한국지엠의 독자 생존력’ 여부가 거론된다.

22일 한국지엠의 설명을 보면, 부평공장 등에 자체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특히 소형차 개발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열린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된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개발도 이곳에서 주도했다. 하지만 글로벌 GM 산하에는 자체 연구소를 갖춘 곳이 6곳이나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을 포기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경차쯤은 언제든지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규탄 민중당 정당연설회’에서 당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_연합뉴스


현재로선 한국지엠이 생산 중인 차량만 보더라도 독자 생존 가능성에 의문이 생긴다. 폐쇄 예정인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크루즈는 투입된 지 1년밖에 안된 신차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1만554대 팔리는 데 그쳤다. 경쟁 차종인 현대차 아반떼는 8만3000여대 팔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월에는 GM 철수설이 돌면서 판매량이 487대에 그쳤다. 같은 공장에서 만든 올란도는 지난해 8067대가 팔렸을 뿐이다.

경차 스파크,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를 생산하는 창원공장도 문제가 적잖다. 스파크는 판매가 줄고, 다마스와 라보는 대우자동차 시절 개발된 구형이다. 정부의 환경기준도 못 맞춰 내년 말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부평공장도 소형 세단 아베오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티바는 거의 안 팔린다.

독자 생존하려면 이런 상황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신차 개발이 필요하다. 여기엔 막대한 재원과 인력이 필요한데 일회성의 정부 지원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잖다.

GM 본사의 경영 정책 변화를 보면 한국 철수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GM은 2019년까지 제조업체에서 서비스업체로 전환할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적자가 나는 해외 생산기지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미래 신기술과 결합되고 자율주행차나 차량 공유 서비스로 넘어가면서 GM의 차량 개발과 정책 방향도 그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의 운명을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GM이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뒤 수입차 업체로 탈바꿈해 사업을 영위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국지엠은 현재 준대형 세단 임팔라와 스포츠카 카마로를 수입한다. 또 한국지엠 자회사인 지엠코리아도 캐딜락 브랜드인 세단형 모델 ATS와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를 들여오고 있다. 이미 반쯤은 수입차 업체다.

GM이 한국 정부가 공동투자할 경우 한국지엠 차입금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28억달러에 이르는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에서 철수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GM은 호주 자회사 GM홀덴을 통해 호주 정부로부터 2001년 이후 12년간 18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경영 상태가 개선되지 않자 추가 지원을 요청했고 호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GM은 호주에서 철수해 수입차 업체로 바꿨다.

반대로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군산공장 등의 구조조정에 수조원대 비용을 들여야 하는 GM이 당장 한국을 떠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군산공장은 구조조정 비용으로만 9200억원이 나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GM이 철수를 생각하고 있다면 사실상 대안이 없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실업급여 지원이라든가 전직 지원, 훈련 등 교육, 복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GM “노사 합의 못하면 3월 임금 못 준다” 압박

김상범 기자·김준 선임기자 ksb1231@kyunghyang.com

배리 엥글 GM 해외부문사장이 “노사가 (임금 동결 등이 담긴)합의안을 내지 못하면 3월에는 임금을 못 줄 것”이라고 한국지엠 노동조합에 통보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앵글 사장은 이날 낮 12시15분부터 40분간 임한택 노조위원장과 만나 “노사 교섭을 2월 중에 재개하자. 잠정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2월 안에 그에 버금가는 합의안이 나와주지 않으면 당장 자금이 동나 3월에는 임금을 못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사무직의 경우 매달 25일, 생산직은 그 다음달 10일에 임금을 지급한다. 엥글 사장이 ‘현금이 없다’고 한 것은 지엠 본사가 한국법인으로부터 회수한 차입금 때문이다. 지엠은 한국지엠에 빌려준 3조원 가운데 지난달 4000억원을 회수했고, 이달말에도 차입금 62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엥글 사장의 발언은 노조를 협상장에 불러내기 위한 압박의 일환이다. 노조가 응하지 않으면 본사가 출자전환 등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조 관계자는 “생존권을 볼모로 ‘테이블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불안감을 조성해 조합원들의 희망퇴직을 유도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라고 말했다.

GM은 한국지엠에 신차를 배정하려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먼저라고 보고 있다. 앞서 한국지엠이 노조에 보낸 교섭 요구안에는 올해 임금인상 동결과 명절 복지포인트 지급 중지 등 노조의 양보를 대거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고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자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영 책임을 노동자에 전가하는 행태에 동의할 수 없다”며 총력 투쟁을 결의했으나 부평·창원공장의 연대 총파업은 결정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회사와 정부,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