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나라’에서 생산·판매하는 ‘릴리안’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들의 부작용 호소가 잇따르면서, 생리대 속 유해물질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릴리안’은 지난해부터 생리양이 줄었고 생리불순이 생겼다는 소비자들 신고와 소셜미디어 제보가 빗발친 일회용 생리대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 의뢰로 실시된 조사 때 이 생리대가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농도가 가장 높았던 제품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환불 요청이 쏟아지자 “전성분 공개”로 정면돌파하려던 제조사는 한국소비자원에 제품 안전성테스를 의뢰했고, “제3의 연구기관에 분석을 맡겨놓았다”고 22일 추가로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다음달 이 제품의 품질검사를 실시하기로 한 상태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은 피부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해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다.
생리대는 생리혈을 흡수하는 ‘고분자흡수체’가 중심을 이루고 이를 플라스틱 섬유 소재로 겹겹이 감싼 구조다. 릴리안의 고분자흡수체는 폴리아크릴산나트륨가교체다. 전문가들은 다만 고분자흡수체 자체는 이물질이 섞여들어가지 않는 한 인체에 특별한 유해성이 우려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VOC의 출처로 접착제의 용매를 의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고분자흡수체를 중심으로 플라스틱을 비롯한 여러 소재의 섬유를 겹겹이 에워싸려면 접착제를 써야 한다. 제조업체 측이 공개한 릴리안의 전성분 중에 접착제로 쓰인 것은 ‘스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로 추정된다. 이 물질은 원래 딱딱하기 때문에 용매로 녹여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는 “이 물질을 유기용매로 녹여 끈적끈적한 풀처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외피와 내피를 붙였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산 과정에서 쓰인 유독성 용매가 모두 증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종한 인하대(직업환경의학과) 교수도 스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를 가장 우려했다. 임 교수는 “‘스틸렌’과 ‘부타디엔’은 각각 모두 독성이 있는데 다만 두 물질을 합쳐서 스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를 만들 때 독성을 없앴을 수는 있다. 확실한 것은 그 물질의 구조를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에 직접 닿는 플라스틱 섬유 소재가 부작용을 초래했을 가능성도 있다. 임 교수는 “생리대 겉면에 쓰이는 PE, PP 섬유는 안전한 계열에 속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석유에서 추출하므로 주로 석유제품에서 나오는 VOC가 여기서 나왔을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면과 달리 플라스틱 섬유는 공기를 차단시키는 밀폐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부작용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이덕환 교수는 “면 소재 생리대는 어느 정도 통풍이 되지만 만약 밀폐력이 강한 생리대였다면 생리혈이 부패하면서 나오는 유기물, 그리고 생리대 내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인체에 더 영향을 줬을 수 있다”면서 “릴리안이 다른 제품보다 방수 기능이 더 좋았다면 오히려 그로 인해(플라스틱 소재 섬유의 강한 밀폐력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올 3월 생리대 10종에 대해 방출물질 검출 시험을 했던 김만구 강원대 교수(환경융합학부)는 21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에서 “실험한 생리대에서 거의 대부분 (VOC 종류인) 톨루엔, 스타이렌, 트라이메틸벤젠이 나왔다”면서 “이 물질들이 여성의 질 점막에 얼마나 녹아들어가는지에 대한 실험은 이제까지 없었다. 실제 건강에 대한 독성을 파악하는 데 굉장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VOC로 분류되는 톨루엔 등은 어지럼증이나 두통, 간 독성 혹은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VOC와 생리양 감소·불순 등 소비자들이 호소한 부작용이 어느정도의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더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VOC가 아닌 다른 화학물질이 ‘주범’일 수도 있다. 이종현 독성학 박사는 “제품에 쓰였던 화학물질이 직접 유출될 수도 있지만 다른 물질로 분해돼서 나오거나 변형돼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제 사용했을 때 어떤 물질이 얼마나 유출되는지에 대한 정교한 테스트와 리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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