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르치고 배우기

고은·이윤택·오태석 작품 전부 교과서에서 삭제

성추행·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고은 시인과 연극연출가 이윤택·오태석씨의 작품이 5월부터 중·고교 교과서에서 사라진다.

교육부가 검인정교과서를 내는 출판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모든 출판사들이 중고등학교 검정교과서와 교사용지도서 등에 실린 이들의 저작물이나 인물소개 등 40건을 수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중·고등학교 국어과 교과서에 실린 고은 시인의 시 ‘그 꽃’, ‘머슴 대길이’, ‘선제리 아낙네들’, ‘성묘’ 등 저작물 15건은 교과서에서 전부 삭제되거나 다른 작품으로 교체된다.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이윤택 연출가의 연극 ‘길 떠나는 가족’ 등 저작물 3건도 빠진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1종에 수록됐던 오태석 연출가의 ‘춘풍의 처’ 작품소개도 사라진다.

고은 시인, 이윤택 연출가, 오태석 연출가


출판사들은 작품 외에 교과서에 수록된 인물 소개도 모두 수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학사를 소개하며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거나 소개하는 부분 등 모두 21건이 교과서에서 빠진다. 교과서를 수정하는 시기는 발행사별로 각각 다르지만 이르면 이달 중 시작돼 5월 중에 모두 완료된다.

중고교 검인정 교과서는 출판사가 요구하면 언제든 수정·보완을 할 수 있다. 성폭력 물의를 빚은 이들의 작품을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출판사들은 저자와 협의해 이들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빼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출판사들이 교과서 상시 수정·보완시스템을 통해 교육부에 수정 요청을 하면, 교육부 승인 절차를 거쳐 학교 현장에 공문 형태로 교과서 수정 사실이 통보된다.

교육부는 성평등 교육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청와대의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 응답에 따라 교육부는 올해 예산 12억원을 투입해 교과서에 단편적으로 담겨 있는 인권·성평등 요소를 정밀 분석하고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하기로 했다. 교장·교감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연수과정을 만드는 등 교사 인권교육도 강화한다.

최근 ‘미투’ 운동이 학교로 확산됨에 따라 학교 내 성폭력 대책도 뒤늦게나마 강화됐다. 지난해 신고 건수가 7건에 불과했을 정도로 유명무실했던 ‘교원 성폭력 신고센터’는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로 확대해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신고를 받기로 했다. 사안이 심각한 학교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특별조사에 나선다. 교육부는 이달 초 교수진이 학생을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된 명지전문대에 대한 첫 특별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