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권 때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서 사라졌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설명이 올해 새학기 교과서에서 되살아났다. 10월 유신은 ‘유신독재’로, ‘대한민국 수립’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로잡혔다.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역사교사모임에 따르면 새학기부터 쓰이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진과 설명이 새로 실렸다. 지난해까지 사용된 교과서에는 사진이나 ‘위안부’라는 표현 없이 “끌려간 사람들 중에는 여성들도 많았는데, 그 중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젊은 여성들은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고만 적혀 있었다. 새 교과서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진과 함께 “식민지 한국의 여성뿐 아니라 일제가 점령한 지역의 여성들까지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고통을 당했다”는 설명이 추가돼 ‘위안부’라는 단어가 되살아났다.
2018년 초등 6학년 사회교과서에 새로 추가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진과 설명.
‘위안부’라는 표현은 2015년 말 한·일 합의 직후인 2016년 교과서에서 빠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였다. 교육부는 당시 “초등학교 발달수준을 고려해 위안부라는 표현을 뺀 것”이라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지만 반발이 거셌다. 초등교사들은 “교과서에 쓰인 대로 역사를 가르치지 않겠다”는 집단선언을 했고, 여러 교육청이 역사 보조교재 집필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교과서에서는 이외에도 2016년판 사회교과서에서 논란이 많았던 여러 서술들을 바로잡았다. 1948년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기했던 것은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사를 대한민국 역사로 봐야 한다는 주류 역사학계의 견해를 반영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쳤다.
5·16 군사정변과 유신 독재를 미화했다는 논란을 빚었던 서술도 수정됐다. 이전 교과서에서는 “정부가 4·19혁명 이후 나온 각계각층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자 박정희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군인들이 국민 생활의 안정과 공산주의 반대를 주장하며 군대를 동원해 정권을 잡았다”고 돼 있었다. 새 교과서에서는 “당시 정부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세운 계획을 이유로 군대를 축소하려고 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이 정부의 무능과 사회 혼란을 구실로 군대를 동원해 정권을 차지했다”고 바뀌었다.
‘유신 헌법’ 또는 ‘유신 체제’, ‘유신 헌법에 따른 통치’ 등으로 표현됐던 1972년 10월 유신에 대해서도 ‘유신 독재’라고 명시했다. 1962년부터 실시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주체는 ‘박정희 정부’에서 ‘우리나라’로 바뀌었고, “여러 분야에서 모든 국민이 노력한 결과 수출액이 늘어나고 경제 규모가 커졌다”는 표현을 넣어 경제성장의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다만 논란이 됐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은 소단원 제목으로 그대로 남았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에 적용되고 있는 2009 개정교육과정 상의 용어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정치적 논쟁의 여지가 있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인지는 향후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초등 역사교과서도 중·고교처럼 검인정 체제로 전환해야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른 휘둘림 없이 다양한 해석을 인정하는 역사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르치고 배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은·이윤택·오태석 작품 전부 교과서에서 삭제 (0) | 2018.03.14 |
---|---|
은혜초 사실상 ‘폐교’ 수순···재학생 전원 전학키로 (0) | 2018.03.14 |
‘경희대 대학원 특혜의혹’ 정용화·조규만 입학취소, 조권 졸업취소 (0) | 2018.03.14 |
책읽기·지도그리기·뉴스만들기… 새학기 교과서 확 바뀐다 (0) | 2018.03.02 |
수능 영어 ‘절대평가’했더니… 비강남·일반고 서울대 합격자 늘었다 (0) | 2018.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