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6 노도현 기자
폐교를 추진하려다 학부모 반발에 등떼밀려 정상화에 합의했던 서울 사립 은혜초등학교가 결국 문을 닫는다. 남은 학생 40여명 전원은 전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은혜초 학부모들은 6일 서대문구 서부교육지원청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재학생 전원을 전학시키기로 합의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학교법인 은혜학원에도 참석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은혜학원의 지금까지 행보를 볼 때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해 학생들을 전학시킬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상 재학생 수는 40여명이다. 서부교육지원청은 이 학교 학생들이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희망하는 서부, 중부, 강서, 남부교육지원청 관내에서 원하는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심리치료를 지원한다.
시교육청은 은혜학원이 학사운영을 파행시켜 사실상 폐교행위를 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육청 허가 없이 무단으로 학교 문을 닫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은혜학원 종합감사를 벌여 은혜유치원 운영에도 문제가 없는지 살피기로 했다.
은혜초 사태는 서울에서 사립초가 폐교를 강행한 첫 사례다. 재단은 학생 수가 줄어 적자가 쌓였다며 지난해 말 폐교를 신청했다가,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지난 1월 말 교육청과 학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수업료나 담임교사 배정 등 학교 운영에 꼭 필요한 결정이 늦어지면서 학부모들 불안감이 커졌다. 급기야 학교 측은 분기당 397만원에 이르는 수업료를 요구했다. 서부교육지원청이 특별장학을 실시해 줄어든 학생 수에 맞게 산정한 적정 수업료를 제시했지만 소용 없었다. 학부모들은 “재단이 폐교를 밀어붙이려고 터무니없는 수업료를 요구한다”며 반발했다. 지난 2일 교장과 교감, 담임교사 자리에 누구도 임명되지 않은 채 개학을 맞았다. 이날 등교한 학생은 3명, 5일에는 1명에 그쳤다.
은혜초가 문을 닫게 되면서 시교육청도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학부모들은 대책회의 후 성명을 내고 “교육청이 은혜초와 정상화 합의 후 매일 장학사를 파견해 관리·감독한 결과가 이렇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실패한 행정에 대한 교육감의 책임 있는 입장표명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김영근 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은 “학부모와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교육청을 대표해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런 결과를 부른 은혜학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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