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학교들···연평균 1600여건·4년 새 171%↑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입력 : 2018.03.11 14:23:01

지난 4일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한 어린이가 ’미투(#MeToo)’, ‘위드유(#WithYou)’ 글자가 적힌 팻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초·중·고교로까지 번지는 가운데 각종 통계가 학교에 만연한 성폭력을 뒷받침 하고 있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학폭위)에 넘겨진 학교 성폭력 사건은 4년새 171.9% 늘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학교 학폭위에 넘겨진 성폭력 사건은 2013년 878건, 2014년 1429건, 2015년 1842건, 2016년 2387건으로 4년 동안 171.9% 늘었다. 한해 평균 1634건이 발생했고 2241명이 피해를 당했다. 학폭위는 학생 간 폭력뿐 아니라 교원이 가해자일 때와 같이 피해자가 학생인 모든 폭력사건을 다룬다.

서울지역 각 학교 학폭위에 부쳐진 성폭력 사건은 2013년 221건에서 2016년 385건으로 74.2%(164건) 증가했다. 지난해 8월까지 성폭력 사건 293건이 학폭위에서 심의됐다. 서울지역 학폭위가 심의한 전체 사건이 2013년과 2016년 사이 31.2%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 성폭력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교사가 학교 성폭력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교육부 ‘교원 성비위 징계현황’을 보면 인천의 한 특수학교 교사는 기간제교사에게 정교사로 전환해주겠다며 노래방에서 강제추행해 지난해 2개월 정직처분을 받았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장은 교사에게 억지로 자신과 블루스를 추게 해 같은 해 3월 해임됐다. 교육부 교권침해 현황자료를 보면 학생이 교사를 성희롱한 사건은 2014년 80건, 2015년 107건, 2016년 112건으로 전체 교권침해 사례의 3% 가량을 차지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도 일상적인 성폭력에 노출돼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설문조사를 해보니 학교 비정규직 504명 가운데 21.2%가 학교에서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한 교장이 조리실무사들에게 ‘비키니를 입히면 밥맛이 더 좋아지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성비위로 해임·파면 처분을 받은 교원은 2014년 23명(52.5%), 2015년 61명(62.8%), 2016년 71명(52.5%)으로 전체 성비위 징계 건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문제는 심각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계속 교단에 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배포’ ‘동료교사 성희롱’ 등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견책이나 감봉 처분에 그친 경우가 47명에 달했다.

실효성 없는 성교육도 문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중학교 3학년 6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교육 실태조사에서 학교 성교육이 도움된다는 응답은 56.7%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