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11 김상범 기자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다고 노동청에 신고해도, 피해자가 구제를 받는 경우는 10건 중 1건에 그치며 가해자가 기소되는 비율은 0.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성희롱 현황자료’를 분석해보니, 2013년부터 올 1월까지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신고는 모두 2734건이었으며, 그 중 ‘시정완료’는 11%인 307건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이 가해자를 다른 부서로 보내는 등 징계조치를 하고 재발을 막을 대책을 만들어 관할 노동청의 지시를 따른 경우는 10건 중 1건뿐이었다는 뜻이다. 직장에서 성희롱을 한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는 더욱 드물었다. 기소로 이어진 사건은 14건으로, 전체의 0.5%에 그쳤다. 사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 것도 13%인 359건에 불과했다.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도 전에 사건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피해자가 신고를 철회한 ‘소송 취하’가 204건, 근로감독관이 ‘위반없음’으로 판단한 게 599건이었다. ‘기타’로 분류된 사건이 1012건으로 가장 많았다. 당사자가 진술을 거부한다는 등의 이유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결된 사건도 여기 포함된다. 피해자가 직장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했다가도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인 성희롱 사건의 특성을 보여준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을 구제해주기 위해 만든 ‘명예고용평등감독관’ 제도가 있으나,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평등감독관은 2010년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주를 빼면 유일하게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처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416개 사업장에 총 5085명의 감독관이 있으나 이들 중 노조에 소속된 경우는 27%이고 나머지는 인사부 등 사측 소속이었다. 여성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강 의원은 “이 감독관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도 없고 활동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미투 운동에 대해 신고시스템 강화, 전담근로감독관 배치같은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정작 ‘직장 내 구제수단’에 대한 논의는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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