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여기자포럼 주제강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ㆍ환경 감시·해석이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인터넷방송은 규제보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
“앞으로 인공지능(AI)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독창성, 판단력을 따라올 수 있을까. 사건 배후에 있는 진실을 추적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비판적 인간 지성, 저널리스트의 몫이다. 저널리즘 위기라고 하는데, 저널리즘을 전달하는 ‘신문’의 위기다. 저널리즘은 앞으로 인류가 생존하는 한 영원히 필요하다. 현재는 뉴스 전달 수단이 종이에서 모바일로 옮겨간 것뿐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67·사진)은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여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제5회 여기자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4차 산업혁명과 언론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위원장은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로 ‘환경 감시’와 ‘해석’을 제시했다. “환경이 복잡해졌기 때문에 더 뚜렷한 감시 기능이 필요하다. 또 어떤 정보가 주어지면 맥락과 의미를 파악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졌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그 저의가 뭔지 해석해야 한다. 이것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 한 저널리즘은 사라질 수 없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36개국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뉴스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그리스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 신뢰도가 마구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 방송과 신문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콘텐츠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종이는 사형선고가 내려진 말기 암 환자와 비슷하지만 저널리즘이 죽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 위원장은 기술적인 면보다는 뉴스를 만드는 언론의 본질에 다가가라고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개인화 서비스(개인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는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대항할 수가 없다. 언론의 강점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보다 더 진실하고 공정하고 심층적인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1~2년 전 겪었던 박근혜 정부의 말도 안되는 일들을 언론이 잘 감시했나. 그조차 하지 않았으면서 4차 산업혁명과 AI를 논의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을 벗어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선거철이면 널리 퍼지는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언론의 임무라고 봤다. 이 위원장은 “정치인들이 근거 없이 공방을 벌일 때 따옴표를 붙여서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언론들이 많다. 무책임하게 전달한 기사가 일종의 가짜뉴스”라며 “뉴스 소비자들이 사회 성원으로서 화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해서 댓글을 조작하는 데 쓰는 매크로(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 원칙은 ‘먼저 이야기하고 문제가 되면 처벌하라. 사전에는 억제하지 말라’는 것이다. 선거와 같은 매우 민감한 시기에 사생활 침해, 저작권 침해, 명예훼손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그것도 개입을 최소화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넷방송 규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인터넷방송은 2015년부터 ‘인터넷방송사업자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콘텐츠가) 사악한 경향이 있고 조금 지나치다고 해서 함부로 국가가 개입해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다고 본다”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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