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뉴스 속에서 산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 알림으로 들어온 주요 뉴스를 보고, 출근길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친구들이 공유한 뉴스를 살핀다. 출근하면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눈에 띄는 포털 뉴스를 클릭한다.
하지만 아침 신문이 배달될 때까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유력 대선주자의 성범죄,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발표 같은 큰 이슈가 터졌을 때 친구들이 올리는 흥미로운 소식을 듣지 못한다면?
미국 뉴욕타임스의 IT 칼럼니스트인 파하드 만주의 ‘실험’이 최근 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그는 올 초 두 달간 소셜미디어 알림을 끄고, 신문 3부와 주간지 하나를 구독하며 종이로만 뉴스를 보는 실험을 했다. 가끔 팟캐스트를 듣거나 e메일 뉴스레터를 읽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뉴스를 인쇄물로만 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난달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서 학교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 “24시간 동안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범인이 좌파나 아나키스트, 이슬람국가(IS) 구성원이라는 소셜미디어의 잘못된 정보들도 접할 일이 없었다. 그 대신 다음날 아침 배달된 신문을 40분 동안 읽었다. 그는 “시간을 덜 들였을 뿐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더 정확히 알게 됐다”고 썼다.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더 쉽게 떠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양극단의 주장이 곧잘 힘을 얻는다.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은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트위터에서 리트윗될 확률이 70%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만주는 사건의 세세한 내용과 사실관계를 알게 되기도 전에 소셜미디어에서 뉴스에 대한 논평을 먼저 접하는 일도 흔하다고 지적했다. 종합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대신 소셜미디어 친구가 발췌한 기사의 일부분만 읽기도 한다. 그는 “반드시 종이신문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소셜미디어를 피하고 뉴스앱은 하루 한 번만 본다든지 잘 정리된 뉴스레터나 팟캐스트를 접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루 늦게 소식을 접하더라도 전문가 수백명이 확인한 뉴스를 읽는다면 가짜뉴스인지 진짜뉴스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칼럼은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많은 이들이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뉴스 환경이 위험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동시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칼럼을 접했다.
한 독자는 뉴욕타임스에 “참 이상하다. 나는 이 칼럼을 페이스북에서 봤다”고 썼다. 이미 독자들에겐 소셜미디어가 보편적인 뉴스의 통로가 됐다는 뜻이다. 또 다른 뉴욕타임스 독자는 “이것은 인쇄물 대 디지털의 문제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대 책임감 있는 저널리즘의 문제”라고 썼다. 트위터에는 “종이신문은 공정한가? 뉴욕타임스엔 트럼프 지지자의 칼럼이 없지 않은가”라는 글도 올라왔다. 결국 기성언론이 얼마나 신뢰를 받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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