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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MBC·KBS 정상화 그 후]돌아온 ‘시사교양’, 자본·정치권력에 날 세우며 각오 다져

“하도 오랜만에 하다 보니 모자란 부분이 많다. 하지만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는 초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월17일 최승호 MBC 사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사장이 된 지 한 달을 넘긴 때였다. 시청률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고 <뉴스데스크>는 실수와 사과를 되풀이했다. 새 사장 체제 석 달이 된 지금, MBC는 여전히 ‘정상화’로 가기 위해 분투 중이다. 새 사장 맞이 준비에 한창인 KBS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지난 정권의 방송장악에 동조한 김장겸 전 MBC 사장과 고대영 전 KBS 사장이 물러나자 보도의 달라진 점들이 눈에 띈다. 자본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삼성을 조명했다.

지난해 11월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회에서 김장겸 당시 MBC 사장의 해임안이 결의되자 MBC 노조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후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는 등 MBC는 ‘정상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지난 4일 방송에서 삼성과 언론의 유착을 보도했다. 제작 거부 뒤 7개월 만에 방송을 재개한 KBS <추적 60분>도 첫 아이템으로 삼성을 소재로 택했다. KBS 기자들은 파업 종료 이후 여성·인권팀을 포함한 특별취재팀을 꾸렸다. 이들은 지난달 14일 “여기자들이 있는데도 단란주점에 가서 도우미들을 부르는 일들이 부지기수였다” “회식에서 간부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라는 강요는 애교 수준이었다”고 증언한 영상을 공개했다. 기자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성차별을 공식 채널에서 폭로한 유일한 사례다.

최 사장과 양승동 KBS 사장 후보는 시민 참여를 통해 선출됐다.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힘쓰다 징계를 받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MBC는 최 사장 취임 이후 제작 자율성을 탄압하고 편파보도를 했던 과정을 조사하기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정상화위원회를 만들었다. 양 후보도 이와 비슷한 KBS 정상화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이 시사교양 프로그램 전성기를 이끈 이들인 만큼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추적60분> 정범수 PD는 “새로운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며 유명무실해진 기존 프로그램들도 본래 기획의도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전 명성을 되찾으려 하는 게 아니라 후발주자라는 겸허한 마음으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두 방송이 정체된 사이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은 공영방송들이 ‘정권탄압 피해자’였던 과거 몇년 동안의 위치에서 벗어나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MBC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에 지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로 찍혔던 김미화씨를 투입한 것을 두고 “어설펐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양승동 PD가 새 사장으로 내정된 KBS도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제작거부 출정식’ 모습.


<뉴스데스크> 박성호 앵커는 “취재망이 붕괴됐고 기자들도 취재 감각을 잃은 상태여서 많이 걱정했는데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지는 않다. 뉴스 전달 방식이나 형식이 예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여러 구조를 손대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앵커는 “구성원들이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뉴스가 정상화되면 어떤 매체보다도 노동, 여성, 삶의 질 이슈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MBC와 KBS가 아직까지는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미흡하지만 하나씩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라면서 “정보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식 현상’이 생겼는데, 흩어져 있는 정보 속에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것을 선별해 제대로 전달하는 데 두 공영방송이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