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언론학자 109명 성명 발표…보도 모니터링 등 방안 촉구
“새로운 사회적 물결을 이룰 만큼 ‘미투’ 운동이 대중적 지지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언론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단순 중계에 몰두하면서 피해자 인권침해를 방조하고 2차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소속 언론학자 109명이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언론이 젠더 폭력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학자들은 언론이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실을 전달한다는 명목하에 피해 사실 묘사에 집중하거나, 피해자 발언에만 의존하거나, 피해자 사진과 영상을 무분별하게 쓰는 보도 관행 속에서 언론이 피해자 보호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가 직접 출연하는 생방송 인터뷰의 경우,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책임을 피해자가 오롯이 져야 하기 때문에 인터뷰 후 심각한 2차 피해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뜻에 반해 특종을 잡겠다고 비공개자료를 입수해 보도하는 언론의 구태는 “선정주의 늪에 빠진 우리 언론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학자들은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성폭력 보도가 남성 중심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투 운동 때문에 업계나 가해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펜스룰’처럼 직장 내 성차별을 공고하게 만드는 대응을 미투 운동 때문에 생긴 새로운 풍토로 소개한 보도도 문제 삼았다. 이런 보도는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가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여성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했다.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젠더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언론인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성폭력 보도 모니터링과 성평등 교육을 전담하는 기구를 마련하라고 언론에 촉구했다. 학자들은 “미투 운동이 요구하는 것은 성폭력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성찰과 변화이며 언론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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