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김모씨는 2013년 이혼하고 어린 아들을 홀로 키워왔다. 전 남편 ㄱ씨로부터 매달 20만원씩 받기로 했지만, 아이가 9살이 될 때까지 5년간 한푼도 받지 못했다. 월 120만원의 벌이만으로 아들을 키우는 데 한계를 느낀 김씨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문을 두드렸다. 먼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밀린 양육비 1300만원에 대한 압류·추심명령을 받았다. 그럼에도 ㄱ씨가 꿈쩍도 하지 않자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본격적으로 나섰다. ㄱ씨에게 연락해 양육비가 자녀를 위해 쓰인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법적 책임까지 들면서 지급을 촉구했다. 압박을 느낀 ㄱ씨는 밀린 양육비를 모두 보내고, 앞으로도 매달 20만원씩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관리원)은 2015년 3월 문을 연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이다. 한부모 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양육비 관련 상담과 전 배우자를 상대로 한 소송·채권추심, 협의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지난 3년간 이행관리원이 한부모 가정의 전 배우자나 미혼모 가정의 친부 등 ‘비(非)양육부모’로부터 밀린 양육비를 받아준 사례가 총 2679건이고, 그 금액만 2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22일 집계됐다. 2015년 25억원이었던 금액은 2016년 86억원, 3년째인 2017년 142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양육비 문제는 한창 자라나는 자녀를 둔 한부모 가정이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이다. 부부가 합의 끝에 협의이혼을 했더라도 ‘양육비부담조서’에 따라 아이를 맡아 키우지 않는 배우자도 다른 한쪽에 양육비용을 보내야 할 의무를 진다. 하지만 아이에게 무관심·무책임하거나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이혼 뒤 영유아·초등학생 자녀를 혼자 키우는 한부모가족 353가구를 설문한 결과, 전 배우자로부터 자녀 양육비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응답이 62.6%나 됐다.
이행관리원을 찾는 한부모 가정이 해마다 늘어나는 이유다. 지난 3년간 이행관리원에 접수된 양육비 상담은 9만건에 달했다. 그 가운데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받아 달라”는 신청이 1만4000건이었다. 신청자 10명 중 9명이 이혼 후 혼자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이었다. 자녀의 평균 나이는 11세였다.
이행관리원은 양육비가 급하게 필요한 한부모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는 ‘한시적 양육비 지원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3년간 총 168건, 2억8900만원이 지원됐다. 지난 2월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오는 10월부터는 한시적 양육비 지원기간이 3개월 늘어나 최대 1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부모 가족은 생계·가사·양육의 삼중고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특히 가장 힘들어하고 정부 도움을 가장 원하는 문제가 ‘양육비’인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양육비는 자녀를 위한 부모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정착시켜 나가는 한편, 한부모 가정이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녀를 낳아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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