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실을 학교에 신고한 학생이 되레 가해교수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 서울예대에 대해 교육부가 실태조사에 나선다. 서울예대는 성추행 피해 학생 협박 외에도 입학전형료로 임직원 ‘수당 파티’를 벌이거나 국고지원금을 총장의 쌈짓돈 삼아 썼다는 등의 문제제기가 이어져 온 사립학교다.
교육부는 “입학전형료·국고지원금 부당 집행, 교원 인사 부적정, 성추행 피해 학생 협박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서울예술대학교에 대해 27일부터 3일간 실태조사를 실시한다”면서 “이번 실태조사는 문제제기가 확산되면서 학생들의 총장 퇴진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어 적극적인 대처 및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실태조사는 크게 두갈래로 진행된다. 성폭력 피해학생의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에 대한 학교의 해당교원 조치사항과 피해자 보호 문제가 한 축이고 또다른 축은 국고지원금·교비 부당집행 사안이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직원 등 7명 내외로 구성된 조사단이 실태조사를 맡게 된다.
앞서 서울예대 재학생 ㄱ씨는 학생회의 성폭력 피해 설문조사에 대한 답변에서 “ㄴ교수가 수업 도중 다리를 떨지 말라면서 허벅지를 만졌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피해 사례를 학교에 신고했다. ㄴ교수는 동료교수를 통해 자신을 신고한 여학생이 ㄱ씨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ㄱ씨는 ㄴ교수로부터 “‘인생을 망쳐놓겠다’ 등의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고, 경기 안산단원경찰서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서울예대는 입학전형료와 국고지원금의 부당집행에 대한 문제제기도 꾸준히 제기돼 온 학교다. 서울예대는 2014년부터 3년동안 응시생들로부터 거둔 입학전형료 가운데 2억1300만원을 총장·부총장 등에게 수당으로 지급한 사실이 2016년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고위 보직자들에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렀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러나 서울예대는 교육부 감사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지적을 받고도 지난해에도 똑같이 수당파티를 벌이려다가 노컷뉴스가 이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예대에서는 또 특성화사업비 같은 국고지원금을 학생들에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인도네시아 전통악기 구입, 관련 수업 개설에 과도하게 사용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23일 서울예대의 한 교수는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전통악기 구입 등에 대해 “우리에게 필요 없는 것이고 여러 반대의견을 한두번 낸 게 아니다”라면서 “(그런데도 학교 측은 인도네시아 관련 예산이) 필요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예대가 인도네시아에 ‘꽂힌’ 배경에 대해 “어느 시점부터 총장님과 일부 보직자들이 인도네시아를 계속 갔다오고 교수 중에서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갑자기 연락이 와서…”라면서 재단과 인도네시아 관련 기관간 커넥션 의혹을 간접적으로 제기했다. 해당 교수는 또 친일행적 논란이 있는 학교 설립자 유치진의 묘소 참배를 ‘출석체크’까지 해 가며 교직원들에게 강요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서울예대는 유치진 전 총장의 아들인 유덕형씨가 총장을 맡고 있고 부인과 매형이 법인이사다. 유 총장의 아들 역시 교내 핵심보직을 맡고 있는 교수다.
현재 서울예대 학생회는 유덕형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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