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예방책으로 ‘피해자의 대응’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거나 아이들에게 그릇된 성별 고정관념을 심어준다는 비판을 받았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교육부가 결국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3일 오전 2018년도 제3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피해자 인권보장, 양성평등 등을 반영한 성교육 표준안 개편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보급하는 안 등을 논의했다.
성교육 표준안은 교육부가 2015년 내놓은 일종의 ‘성교육 가이드라인’이다. 성교육을 위한 교과서가 없고, 현장에서 성교육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자 연령대별로 체계적이고 실효성있는 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6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하지만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성폭력을 예방하려면 단둘이 여행을 가지 않는다’ 등 남성의 성적 충동을 ‘억제할 수 없는 것’으로 표현하거나 피해자에게 성폭력 대응의 책임을 돌리는 듯한 서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뭇매를 맞았다.
교육부는 1년 가량 수정작업을 해 새 표준안을 배포했지만, 여전히 남성은 모험적이고 경쟁적이며 여성은 민감하고 다정하다고 이분화하는 등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서술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확실히 싫다고 말하라고 하는 등 피해자의 대응에 초점을 맞춘 문제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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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성폭력 대응 차원을 넘어 피해자 인권보장, 성평등, 민주시민교육 관점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성교육 표준안을 개편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까지 개편안을 마련하고 자문회의와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 개편안을 확정·보급할 계획이다. 또 성평등과 인권교육이 각 교과별로 연계되는 실태를 조사·분석하고 초중고별·교과별 공통 교수학습 자료도 올해 안에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부처별 성폭력 신고센터 간 연계를 강화하고 이른바 ‘펜스 룰’을 빙자한 직장 내 성차별을 엄정 조치하겠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공공부문, 고용노동부는 민간 사업장, 교육부는 학교,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계를 대상으로 성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센터 간 사건 이첩 등 연계를 강화하고, 경찰과 신고센터간 핫라인도 만들기로 했다.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 소지가 있는 질문을 하는 행위, 펜스 룰을 명분으로 여성을 배제하는 행위 등은 남녀고용평등법·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임을 사업장에 알리고 위반 사업장은 근로감독을 통해 엄정 조치하겠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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