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장사 잘 되는 게 아니면 주휴수당은 가맹점에선 받기 힘들어요. 점주들에게 주휴수당 요구를 하면 잘 하던 일도 잘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쉽게 얘기를 못 꺼내요.”
“편의점 알바에겐 무례한 손님이 너무 많아요. 을 중의 을이 편의점 알바예요. 편의점이 주변에 너무 많고, 사람도 쉽게 쓰고 구한다고 생각하니 손님들도 편의점 알바를 가볍게 보는 것 같아요.”
민중당 ‘정치하는 편의점 알바모임’ 준비모임(이하 알바모임)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서울 시내 편의점 노동자 100명을 만나 노동실태를 물었더니 나온 얘기들이다.
알바모임과 알바노조, 청년유니온은 12일 서울 역삼동 GS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은 “편의점 본사는 무리하게 가맹점을 늘려 가맹수입이 줄게 만들면서 편의점 노동자의 안전과 임금 문제는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본사가 가맹점과 상생하겠다며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편의점 근무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노동권 보장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법정임금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은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근로기준법 제55조는 일주일 1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고용주가 반드시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일주일 최소 하루는 유급휴일로 치고 이에 대한 임금을 따로 주라는 것이다. 하지만 알바모임이 서울 노원구·서대문구·종로구 등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40명에게 물어보니 주휴수당을 받아야 하는 32명 중 24명(75%)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총 106명을 대상으로 임금 조사를 벌였으나 66명은 점주가 같이 있거나 일하느라 시간이 촉박해 답을 하지 못했다고 알바모임은 밝혔다.
감정노동에 시달리거나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는 사람도 많았다. 서울 서대문구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ㄱ씨는 “손님들이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소주병을 던져서 맞은 적도 있다”며 “알바 입장에서 진상손님에게 대응하기는 무리라서 문제가 커지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노원구에서 일하는 편의점 노동자 ㄴ씨는 “욕하고 시비 거는 손님에게 화를 냈다가 손님이 민원을 넣어서 본사에서 연락이 온 적 있다”며 “다행히 잘리지는 않았지만, 말도 안 되는 요구는 거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알바노조가 실시한 ‘2017 편의점 알바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편의점 노동자가 폭연·폭행을 경험한 비율은 전체의 54.5%였다. 안전·보안 관련 교육을 아예 실시하지 않는 경우도 62.4%에 달했다.
알바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편의점 노동자들 의견을 담아 만든 ‘상생안’을 내놓았다. 노동자 안전을 위해 범죄예방셔터와 호신용품을 구비하고 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 고객이 편의점 알바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고객 대상 캠페인을 벌일 것 등을 편의점 본사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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