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과 식사를 하면 턱받이를 해 드려야 하고 사장 퇴근 전에는 퇴근할 수 없어요.” “갑자기 저희 팀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입하라고 지시했고, 화폐를 이리저리 옮겨보라고 합니다. 100만원을 줄테니까 제 계좌로 입금해 빗썸에서 가상화폐를 사라고 해요.” “상사가 실수할 때마다 돈을 내라고 강요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요즘은 핸드폰도 압수하려고 해서 녹음도 못 하네요.”
관리자가 공장 문앞에 서서 출근하던 노동자들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던 시절은 지났으나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겪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일들은 여전하다. 1일 노동절을 맞아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그동안 받아온 제보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분석해 ‘황당 사례’ 70건을 뽑아 공개했다.
“민주주의의 촛불은 회사 문 앞에서는 멈춰 있었다”라는 이 단체의 말처럼, 노동자들이 상사에게 당하는 갑질 중에는 모욕적이고 어이없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버스회사에서 사고를 낸 기사들을 재교육하면서 목에 사고내용과 피해액을 적은 종이를 ‘개목걸이’처럼 걸게 하고 사진을 찍어 사내 게시판에 올리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제보를 한 사람은 “교도소에서 죄수들 사진을 찍는 것같았다”고 했다.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일수록, 청년층과 여성과 비정규직일수록 고통을 많이 당했다. 무기계약직 직원이 생리휴가를 신청하자 팀장이 ‘생리대를 보여달라’고 한 사례는 여성 직장인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의 대표적인 사례다.
상사의 일 떠넘기기도 많았다. 상사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자 한 직원은 강의준비부터 출제, 채점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이 제보는 직장갑질119에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에도 문의했는데 도움 받을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로 원형탈모, 만성두통,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겪고 있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돈 주고 일을 시키는 회사에서, 직원들의 돈을 직·간접적으로 뜯어간 사례들도 있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제보자는 회사가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퇴사할 때 돌려줄테니 보증금 30만원을 대표 계좌에 입금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명절에 회사 제품을 사게 하면서 개인별 ‘구매실적’을 공개하는 회사도 있었다. 개신교회 산하의 한 재단은 모든 직원에게 교회에 십일조를 내라고 했다. 직원들에게 가상화폐 거래를 강요한 곳도 있었다. 거부를 하면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공지까지 내려왔다.
사주나 상사가 직원을 하인처럼 부린 경우도 많았다. ‘사장과 식사를 하면 턱받이를 해 드려야 한다’, ‘회장님 별장의 닭과 개 사료를 주라고 했다’, ‘기관장이 코 푼 휴지를 직원들에게 치우게 했다’, ‘사장 아들 결혼식에 직원들을 불러 안내와 서빙을 하게 했다’는 것 등이다. 직장갑질119는 “1987년 6월항쟁이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지만 1997년 외환위기때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직장 민주화의 시계는 다시 ‘쌍팔년대’로 되돌아갔다”며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회는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직장 갑질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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