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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의 복지앓이] “치매보다 암이 낫더라” 치매안심센터 가보니

“치매 걸린다 생각하면 잠도 안올 것 같아. 동서 보니까 암은 딱 1년만에 가더라. 치매보다 암 걸리는게 낫다 싶어.”

지난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치매안심센터에서 만난 김연숙씨(84)는 이렇게 말했다. ‘1년만에 죽는 암’보다 더 두려운 질병, 자식들에게 짐 될까 싶어 잠도 오지 않는 질병이 바로 치매다. 김씨는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고 매주 한번은 치매안심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공부도 한다. 치매가 두렵던 차에 집 근처에 치매안심센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찾아와 등록했다. 치매안심센터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최일선에서 수행하는 기관이다. 진단검사부터 상담, 대상자 등록, 환자와 가족에 대한 서비스까지 이곳에서 모두 할 수 있다.

경기도 남양주 치매안심센터 _ 홍진수 기자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중 정식으로 문을 연 곳은 47곳이다. 37곳은 기존 인력과 공간으로 바로 운영을 시작했고, 10곳은 증축이나 신축,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문을 열었다. 나머지 209곳은 필수인력과 공간만 갖추고 상담·검진을 중심으로 일단 운영을 시작한 뒤 점차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임인택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가 일단 모두 문을 열었고, 시행 초반임에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양주 센터는 지난달 15일 경기도에서 맨 먼저 정식 개소했다. 원래 있던 건강생활지원센터(보건지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50년된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보건소장이 센터장을 겸하고, 그 외에 직원 17명이 일하며 하루 50명 정도가 이용한다. 시설 이용비는 없다. 1층에서는 치매상담과 검진, 등록을 한다. 치매를 앓는 것이 확인되면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에 이름이 올라가고 치료비 지원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가 시작된다. 행정안전부의 전입·전출 정보와 연계가 돼 이사를 가더라도 해당 지역의 안심센터에서 그대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환자가 일정기간 센터에 오지 않으면 직접 집으로 찾아가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3년전부터 가벼운 치매를 앓기 시작한 나모씨(79)는 걸어서 5분 거리인 남양주 센터에 혼자 찾아온다. 그가 주로 이용하는 곳은 ‘치매쉼터’다. 평일 오전이나 오후에 3시간씩 인지활동, 신체활동 프로그램 등에 참여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운동이다. 나씨는 “전에는 (치매)약을 먹고도 깜빡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여기 다닌 후 대화를 많이 한 덕분인지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독거노인 등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센터 2층에 최신 기구를 두고 예방에 관심 많은 노인들을 돕는다. 운동을 하면서 앞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며 그림 등을 맞추는 식으로 인지자극과 운동을 동시에 한다. 한 기구에서 80초간 운동하고 30초 휴식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단순해 보이지만, 집중을 해야만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2일 경기 남양주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재활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태블릿 PC와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문제를 풀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지난 12일 경기 남양주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재활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태블릿 PC와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문제를 풀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기존 치매상담센터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것은 가족에 대한 지원이다. 치매환자가 안심센터에 있는 동안 보호자는 가족카페에서 쉬거나 상담을 받는다. 남편이 치매를 앓고 있는 홍모씨(78)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책을 읽거나 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며 “(다른 환자 가족들과) 경험을 나누면서 서로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센터에 오기 전 남편은 하루 종일 잠만 자려 했다”며 “남편이 여러 프로그램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희망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노인인구 711만9000명 중 10.2%인 72만5000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노인은 2030년에는 127만2000명, 2050년에는 271만명으로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안심센터의 목적은 치매를 조기발견하고 치료해 환자와 가족들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임인택 노인정책관은 “지금은 직접 찾아오는 분만 등록받고 있지만, 시스템이 완비되면 모든 치매환자를 100% 찾아내 서비스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