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없을 것이다. 아마 노동부에서 여태 노동 경찰을 하며 단 한 번도 한 일이 있는가. 환노위에 계신 분들도 따져보시라. 내 기억에는 없다.”
지난 2일 오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전날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에 대해 ‘방송탄압-언론파괴 저지를 위한 긴급 의원총회’에서 한 말이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중심이 돼 MBC·KBS를 ‘노영방송’으로 만들어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김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언급하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영장청구를 결정할 수 있나.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면밀한 시나리오를 갖고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이런 사태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이라고 말했다.
용어만 따져 보면, 근로감독관은 홍 대표 말대로 영장을 ‘청구’할 수 없다.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등 고용노동행정에 한해 고발권과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이다. 일반 경찰처럼 근로감독관이 관할지역 검사에게 구속·체포영장을 ‘신청’하면, 검사가 이를 법원에 ‘청구’한다. 김장겸 사장이 MBC 부당노동행위 수사를 맡은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의 소환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자 서부지청이 서울서부지검에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적법하게 ‘발부’했다.
용어의 혼동을 빼면 “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없다”는 홍 대표의 말은 틀렸다. 지난해 발간된 ‘고용노동부 백서’를 보면 노동부는 연 평균 약 30만건의 임금체불, 근로기준법 위반, 부당노동행위 등의 신고사건을 접수받아 그 가운데 8만여건 이상을 사법처리했다. 2015년에만 8만4000여건을 수사해 검찰에 넘겼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포한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근로감독관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신청해 발부받은 체포영장 건수만 지난해 1459건에 달한다. 구속영장은 총 19건이 발부됐다. 올해 체포영장은 총 872건이 발부됐고, 구속영장은 26건이 발부됐다. 강병원 의원은 “홍 대표의 기억은 틀렸다”며 “제 1야당 대표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노동부가 정당하게 행정력을 행사하고 법을 집행한 것을 부당한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파업 시작됐는데 김장겸은 어디에?
4일 0시부터 MBC와 KBS 구성원들이 5년 만에 다시 총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에서 터지는 구호는 김장겸 MBC 사장·고대영 KBS 사장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경영진의 총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다.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이 공정성과 자율성을 훼손한 양대방송 이사들을 파면해달라고 추진 중인 청원에도 3일까지 8만3000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의 행방은 사흘째 오리무중이다. 김 사장은 당시 방송의날 행사에 참석했다가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듣고 행사장을 빠져나간 뒤 상암동 사옥과 여의도 자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부터 MBC의 부당노동행위를 수사중인 고용노동부는 김 사장에게 4차례 이상 소환통보를 했으나 김 사장이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고용노동부가 신청해 검찰이 법원에서 발부 받은 체포영장과 소환 일정 조율에도 모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노조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부당해고·징계는 71건에 이르고, 주차장·스케이트장 관리요원 등 ‘유배지’로 쫓겨난 기자·PD가 91명에 달한다. 지난달 7일에는 경영진이 기자들을 성향·회사 충성도 등에 따라 등급을 매긴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까지 폭로됐다. 김 사장은 이 기간에 MBC에서 보도국장-보도본부장-사장직을 이어 맡고 있다. KBS에서도 세월호 참사 보도지침 등 청와대와 경영진의 제작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대선 직전에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황교익 칼럼니스트의 <아침마당> 하차, 지난 7월에는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출연거부 등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졌다.
MBC 사측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영진 퇴진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 주장했다. KBS도 지난달 28일 “근로조건과 관련한 파업이 아니므로 불법”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MBC 노조원들의 해고·징계무효소송 때 이미 법원에서도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경영진 퇴진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9년간의 적폐를 모두 정리한 뒤 파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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