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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배문규의 에코와치]석탄발전 투자하는 은행들…돈엔 밝고, 환경엔 깜깜

미세먼지로 전국이 고통받던 지난 달, KB국민은행 강원 강릉지점을 시작으로 전국 20여 지점 앞에서 석탄발전소 투자를 멈추라고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가 이어졌다. KB국민은행이 2022년 가동될 예정인 강릉에코파워 안인석탄화력발전소에 4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주선을 했기 때문이다.

삼척·동해에서는 KDB산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주민들이 금융 주선행위 금지 가처분신청과 전원개발 실시계획승인 취소소송을 냈다. 산업은행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4조원 조달에 나섰다. 올해 1분기 기준 강릉안인발전소 공정은 대략 16% 진행됐고 삼척화력발전소는 공사 준비 단계다. 환경단체들은 금융대기업들이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자금 지원을 중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국민은행 4조원 금융 대출에 산업은행도 건설자금 조달

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 대응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던 KB국민은행이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의 원인인 석탄발전소 사업에 돈을 대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린피스 손민우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해외 화석연료 투자 규모가 세계 3위인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이 매우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대형은행들이 석탄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 환경운동연합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대비 지난해 석탄발전량 증가율은 23.6%(4만5491GWh)다. 봄철에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일시 중단시켰음에도 미세먼지는 늘어나고 있고, 신규 석탄발전소들까지 건설되고 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사회책임투자(ESG)를 강조하고 있지만, 환경문제에서는 기업들과의 제대로 된 소통채널조차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도 석탄발전으로 전기를 싸게 공급하는 것은 지속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요금체계 개편과 탈석탄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등 대기질 악화 요인…외국선 투자 중단 추세

은행들은 정부의 전력수급정책에 따라 허가가 난 사업까지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며 투자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은 다르다. 지난달 27일 다국적 금융그룹 HSBC는 전 세계에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금융투자와 지원을 중단한다면서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기 위해 책임있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행동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지난 4일 석탄화력발전소와 광산에 2040년까지 보험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8일에는 일본의 대형 보험회사 다이치생명이 일본 금융기업 최초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최대 생명보험사인 닛폰생명보험도 투자 철회 계획을 밝혔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동일본 대지진 원전사고 이후 화력발전을 늘려온 일본 정부의 정책을 거스른 발표여서 주목 받았다.

해외 금융회사들이 ‘탈석탄’을 선언하면서 전면에 내세운 것은 ‘글로벌 트렌드’와 지속가능성이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이후 기업들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선도적으로 석탄 발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사회책임’을 투자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이 연기금은 독립적인 윤리위원회를 통해 환경을 파괴할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업들에겐 아직 먼나라 이야기다. 아직까지 석탄화력발전소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지언 국장은 “화력발전은 석탄이 저렴한데다 가동률이 높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될 수 밖에 없다”면서 “한국전력에서 전력공급 계약을 하면서 적정수익률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손쉬운 투자처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