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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배문규의 에코와치]폐유 묻고 팔고 태우고…불법이 쏟아졌다

지난해 6월,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에 ‘내부고발’이 접수됐다. 충북 충주에 있는 지정폐기물 수집·운반업체 ㄱ사가 폐유를 모은 뒤 원래 예정된 대로 처리하지 않고 충북을 벗어나 경남 의령, 강원 동해의 업체에 넘겨 불법 처리했다는 것이다. 환경청이 잠복수사로 차량을 추적하고 업체를 조사해보니, 고구마넝쿨처럼 전국에 걸친 불법행위가 쏟아져나왔다.

환경부는 원주지방환경청과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수사를 한 끝에 충주에서 시작해 강원, 부산까지 전국에 걸쳐 폐유를 불법 처리한 업체 12곳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업체들은 다양한 수법과 공모로 폐유 등 1425t에 달하는 지정폐기물을 2015년 1월부터 3년 동안 불법 처리했다. 적발된 업체는 경남 6곳, 충북 3곳, 부산·강원·경북 1곳씩이다. 이 업체들 대표 등 관계자 14명은 지난 3일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에 송치됐다.

얽히고설킨 불법행위는 ㄱ사의 내부고발을 통해 드러났다. 배출업소에서 받은 폐유를 충북 진천의 업체에 갖다줘 처리를 맡겨야 하는데, 경남 의령의 ㄴ사나 강원 동해의 ㄷ업체로 몰래 가져갔다는 내용이었다. 환경청은 잠복 수사를 통해 의령과 동해로 가는 폐유를 확인했고, 차량을 추적해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원래 폐기물을 처리했어야 할 진천의 ㄹ업체도 ㄱ사와 공모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정폐기물은 온라인 관리시스템인 ‘올바로’에 처리 상황을 입력해야 한다. ㄹ사는 ㄱ사로부터 폐기물을 넘겨받아 법대로 처리했다며 거짓 입력을 했다. 이런 수법으로 폐유 1102t을 69회에 걸쳐 ㄷ사 등 2개 회사에서 불법으로 처리했다. ㄱ사는 대표이사의 개인 소유 땅에 무허가 보관시설을 만들어 폐유를 불법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ㄷ사를 비롯해 이번에 적발된 몇몇 업체들은 ㄱ사 폐기물만이 아니라, 5개 회사의 이름을 빌려와 지정폐기물 790t을 불법 처리했다.

‘불법 처리’는 묻어버리거나 태워버리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환경파괴를 일으킨다. 의령 ㄴ사는 검은색 착색제인 ‘카본블랙’을 만들면서 몰래 넘겨받은 폐유와 분진 635t을 섞었다. 몇 년 동안 그렇게 만든 검정색소를 불법으로 팔아 3억2000만원을 챙겼다. 제조업 공장들에서 나오는 엔진오일이나 윤활유 같은 폐기름에는 중금속 등 유해성분이 있을 수 있다. 폐유로 비닐봉지 같은 합성수지 제품을 만들면서 제대로 처리과정을 밟지 않으면 재활용된 물품에 유해물질이 녹아들어 있을 수도 있다.

환경과 인체 유해를 무릅쓰고 불법을 저지른 업체들이 챙긴 이익은 ㄴ사를 빼면 그리 많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법이 만연했던 것은 업체들 규모가 워낙 영세했던 탓이다. ㄱ업체는 폐기물 배출업소와 거래를 잇기 위해 질 나쁜 폐유까지 떠안아야 했고, 이것이 불법 처리로 이어졌다. 업체들끼리 알음알음 일을 맡아주고 불법을 봐주면서 생겨난 일로 당국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