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 이전의 자유’를 찾아 지리산 밖으로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반달가슴곰이 12시간에 걸친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5일 교통사고를 당했던 반달가슴곰 KM-53이 골절 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18일 밝혔다. KM-53은 지난 11일 치료를 위해 포획됐다. 지난 17일 오후 1시부터 12시간 동안 왼쪽 앞다리 어깨부터 팔꿈치 사이 복합골절 부위 수술을 받았다.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 정동혁 센터장과 전남대 수의대 강성수 교수팀이 전남 구례군의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에서 복합골절 부위를 고정 장치를 이용해 접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야생에서 활동하는 반달가슴곰의 성체를 대상으로 복합골절 수술을 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KM-53은 의식을 회복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앞으로 최소 한 달 동안은 약물 치료 등 관찰이 필요한 상태다.
지난해 두 차례 지리산을 벗어났다가 붙잡혀 돌아온 반달가슴곰은 올해 또다시 지리산 밖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오전 4시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고속버스에 부딪혀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운전기사의 신고에 따라 고속버스에 묻은 짐승의 털과 배설물 유전자를 분석해 KM-53임을 확인했다.
지난 11일 포획된 KM-53은 왼쪽 앞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하지만 사고 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1월 태어난 수컷 KM-53은 키 170~180cm, 몸무게 80~90kg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의 체구다.
2015년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이 곰은 지난해 6월과 7월 두 차례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홀로 90㎞에 달하는 길을 떠나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한 것이다. 환경당국은 주민과 KM-53의 안전을 고려해 다시 붙잡아다 지리산에 풀어줬지만 ‘모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도 탈출한 곰은 지리산에서 북동쪽으로 20㎞ 떨어진 태봉산에 머물며 거창 방면으로 북진하다 사고를 당했다. 이번에도 최종 목적지는 수도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최근 서식지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곰을 억지로 지리산으로 되돌려놓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지리산의 반달가슴곰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서식지가 확장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KM-53이 갑작스런 부상을 입는 바람에 앞으로 어디서 살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치료과정에서 사람과 지내면서 야생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동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 “경과를 지켜본 후 치료가 완료되면 재활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향후 재방사는 야생성 유지 등 개체 상태를 바탕으로 전문가 자문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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