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에 사시사철 따뜻한 물에서 구피떼가 헤엄치는 ‘구피천’이 있다?
최근 온라인 물고기 동호회에선 남미 출신 열대어 ‘구피’가 화제다. 관상어로 인기가 높은 어종이지만, 사육방법이나 구입에 관한 질문은 아니었다. 구피가 대량으로 산다는 ‘구피천’ 때문이었다.
14일 게시글들을 종합하면, 구피천은 경기 이천시 부발읍을 지나는 죽당천을 부르는 말이다. 주변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냉각수 때문에 이 하천은 겨울에도 따뜻한 수온을 유지한다고 한다. 누군가 방사를 했거나 부근 수족관에서 흘러갔는지, 몇 년 전부터 번식력이 좋은 구피들이 살기 시작했다. 숫자가 늘면서 올해 초부터는 네이버 카페에 ‘구피천’의 존재를 알리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고기 동호인 사이에서만 공유되던 ‘구피천’은 지난 11일 유튜브에 영상(바로가기)이 올라오면서 널리 알려졌다. 유명 유튜버 ‘정브르’가 올린 “한국에서 열대어가 진짜 잡힌다고? 국내최초 1000마리 잡기” 영상 속에는 실제로 송사리 대신 구피가 헤엄치는 강의 모습이 담겼다. 무릎 아래까지 물이 차는 하천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편이다. 사람들이 뜰채로 구피를 건져낼 정도로 구피가 많다. 다른 물고기의 먹이로 쓰기 위해 잡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구피가 풍부한 먹잇감이 되면서 붕어들의 숫자도 덩달아 늘었다.
구피천은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부 물고기 동호인들은 구피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도 않으며, 다른 물고기의 먹잇감으로 사용할 수 있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외래종이 들어오는 것 자체로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고, 급작스런 온도 변화로 집단 폐사할 경우 환경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환경부는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나영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구피는 생태계 교란종은 아니여서 방사를 해도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경우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위해성 평가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교란종이나 위해우려종만 관리한다. 다만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국립생태원이나 지방환경청을 통해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다. 이 사무관은 “구피도 외래종이기 때문에 하천 조사를 해보고, 필요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구피는 하천에 사는 몸길이 3~6㎝의 송사리과 물고기로,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키운다. 처음에는 모기 유충을 퇴치하는 용도로 전파됐다. 적응력과 번식력이 좋아서 사육도 크게 어렵지 않은 어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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