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온나라가 시끄러웠던 지난 1년여 동안 국회에서 미세먼지 관련 법안이 논의된 횟수는 얼마나 될까. 단 한 번이다.
국회 환경노동노동위원회에서는 지난 3월27일 환경소위원회를 열어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을 심사했다. 이날 논의된 관련 법안 30여건은 대부분 발의된 지 1년 넘게 지난 것들이었다. 가장 비중있게 논의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발의한 ‘미세먼지 대책 특별법’과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이 발의한 ‘미세먼지의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이다. 국가가 미세먼지 종합 대책을 세워 시행하고,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 법안들은 지난해 3월과 6월 발의됐지만 그제야 처음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날도 8시간 넘게 법안을 논의했으나 아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법안 내용과 성격에 관한 이견 때문이다. 미세먼지 특별법을 만들 것인지 기존 대기환경보존법 등을 개정할 것인지 두고 옥신각신하다가 4월 국회가 무산되면서 논의는 다시 묻혔다.
1년 동안 ‘방기’된 이유는 있다. 노동시간 단축같은 중요한 이슈들이 많았고 여야의 샅바싸움으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했다. 계절 탓도 해봄직 하다. 봄철이 지나 여름되고 가을 되면 미세먼지 이슈는 저절로 묻힌다. 그러다 겨울로 접어들면 또 미세먼지 얘기가 나올 것이다. 지난해에도 11월에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법안 심사권이 없어, 환경부 보고를 받거나 현장시찰을 다니는데 그쳤다.
노동이슈는 노동소위에서 논의하면 되고, 환경이슈는 환경소위에서 논의하면 된다. 노동 이슈 때문에 국민들 걱정거리를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하면 누가 납득할까. 국민들은 투잡, 쓰리잡에 ‘멀티형 인재’가 되려 애쓰느라 바쁜데 말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겠다며 지난해 9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장기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입법이 뒷받침해야 한다. 6월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이 미세먼지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국회에서 법안들이 통과돼야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년 동안 국회의 임무 방기를 생각하면 정치인들 공약의 진정성에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21일 환노위에서 두 번째로 미세먼지 법안들을 심사한다. 오전 환경소위에선 미세먼지 법안이, 오후 노동소위에선 최저임금 관련 논의를 한다고 했다. 이날도 의견차만 확인할 공산이 크다. 소위 문턱을 넘는다고 해도 상임위에 본회의까지 생각하면 앞길이 난망하다. 무더위와 씨름하는 계절이 오면 미세먼지는 또 잊혀질 것이다. 이번에도 국회 감시는 시민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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