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는 번식력이 약하고 인공 부화가 안돼 전 세계적으로 일본에 1쌍뿐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한 새로 우리나라에는 6·25 이전엔 충북 진천, 음성과 황해도 배천, 해주 등지에 살고 있었으나 6·25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가 지난 3월말 이곳에 1쌍이 나타나 학계의 관심을 모았는데 그중 수놈이 피살된 것이다.
수놈이 죽은 이튿날인 5일 암놈도 날아가버렸는데 이 황새 1쌍은 지난 3월 중순 알 5개를 낳았으나 인공부화가 안되므로 결국 알마저 부화가 불가능해 멸종됐다.(낚시 갔다 수컷 사살 암컷도 떠나 멸종위기 황새 사냥꾼에 영장, 경향신문 1971년 4월6일)”
암컷황새(왼쪽)와 수컷 황새의 모습. 암컷은 1994년 노화로 사망했으며, 수컷은 1971년 밀렵으로 사망했다. _ 환경부 제공
황새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새 중 하나입니다. 속담 ‘뱁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라든지 옛날이야기 ‘은혜 갚은 황새’로 친근한데요. 하지만 야생 상태에서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입니다. 밀렵 등 인간의 이기심 때문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황새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사계절을 보내는 텃새였습니다. 그러나 1971년 이후 자연상태에서 번식하는 황새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해마다 10여 마리가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황새 부부’
기사에 나오는 음성군의 황새 한 쌍은 우리나라 야생에서 번식하던 마지막 황새 부부입니다. 1971년부터 1994년까지 23년간 50여 차례 언론에 소개될 만큼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경향신문 과거 기사를 검색해보면 이미 1960년대부터 밀렵으로 사라지는 새들을 안타까워하는 기사들이 나옵니다. 옛부터 친숙한 황새의 죽음은 더욱 안타까운 소식이었을까요.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서 황새가 번식한다는 반가운 사실이 알려진 뒤 불과 3일 만에 수컷 황새가 밀렵꾼이 쏜 총에 맞아 죽고, 알까지 도둑맞았다는 기사는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혼자 남은 암컷 황새는 이후에도 음성에서 쓸쓸하게 살아갑니다. 1974년에는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윤모씨네 뒷마당에 있는 감나무에서 알을 품었다는 소식이, 1976년에는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음성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이 기사화 될 정도로 지속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짝잃은 암컷 황새는 봄철이 되면 3~5개의 알을 낳았지만, 무정란이라 부화가 되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올해도 수놈을 만나지 못해 무정란을 그대로 품고 있어 안타까워했다”고 기사는 전합니다.
점점 나이를 먹던 황새는 1983년 건강이 나빠지면서 창경원 동물원으로 옮겨집니다. 농약 중독이었습니다. 당시 경향신문 ‘음성 과부황새 돌연 사경에 창경원 옮겨 치료’ 기사(1983년 7월16일)를 보면 “관리인 윤모씨가 이날 아침 6시쯤 황새가 논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 잡으려하자 두 발짝 걸어온 뒤 그대로 쓰러져 있어 곧바로 군당국에 신고했다”고 전합니다.
당시 황새는 “앞가슴뼈가 칼날처럼 만져지는 등 퇴형성 노쇠현상으로 몸이 수척하고 높은 열이 있었다”고 합니다. 치료를 통해 기력을 회복한 황새는 고령의 나이를 고려해 그해 11월 서울대공원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립니다. 다른 수컷과 교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1994년 죽었습니다.
역사적 가치때문일까요. 이들 황새 부부는 죽은 뒤에도 표본으로 남습니다. 당사자들은 썩 반갑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먼저 죽은 수컷은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 암컷은 서울대공원을 거쳐 국립생물자원관에 각각 보관됐습니다.
황새를 왜 복원하는 걸까
최근 국내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멸종위기 동물들을 복원한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집니다. 멸종위기종은 왜 복원하는 걸까요. 당위적으로는 막연하게 필요한 것 같으면서도, 정말 필요한 일인지는 갸우뚱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황새가 살 수 없는 땅은 인간도 살 수 없다”고 복원의 필요성을 설명합니다. 인간과 오랫동안 공존하던 생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그 땅에서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건데요. 사라졌던 동물들이 다시 살 수 있는 터전이 된다면 인간도 그 땅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최근 서식지를 벗어나 이동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반달가슴곰의 경우도 지리산을 대표하는 ‘깃대종’ 입니다. 깃대종은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 동·식물로, 생태계를 회복하는 개척자라는 이미지를 깃발로 형상화하여 깃대로 표현한 것인데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도 단순히 곰 한 종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리산 전체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으로 봐야 합니다.
황새도 복원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멸종위기종입니다. 텃새로 살았던 황새는 멸종됐지만, 현재 러시아에서 온 황새들이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1992년 늦가을 20년 만에 서산 천수만 간척지에 황새가 내려앉았고, 그 뒤 해마다 겨울철이면 충남 천수만을 중심으로 ‘철새’인 황새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996년부터는 황새가 충남 예산을 중심으로 서해안을 따라 사시사철 살게 됐습니다. 한국교원대와 충남 예산군이 사라진 황새를 복원하기 위해 2015년 9월에 8마리를 야생으로 날려 보낸 것을 시작으로 올해 초까지 3년간 11마리를 추가로 방사한 덕분입니다.
이 황새들은 하천과 논, 갯벌에서 미꾸라지와 개구리 등을 잡아먹으며 살고 있다네요. 자연으로 돌아간 황새들은 서해안만으로는 좁았는지 북한도 오간다고 합니다. 자유로이 나는 황새들을 여기저기서 관찰하는 날이 멀지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황새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선 여전히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황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다 농약에 중독되지 않도록 서식지 주변에서는 친환경 농사를 하고, 전선에 부딪치지 않도록 전신주에는 절연장치를 마련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이죠.
황새 부부, 47년 만의 재회
박물관에 떨어져 살던 한국의 마지막 황새 부부도 47년 만에 다시 만납니다. 이번에는 ‘황새 복원 프로젝트’의 홍보 대사입니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경희대 자연사박물관과 함께 24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 기획전시실에서 ‘황새, 다시 둥지로’ 특별전을 엽니다. 전시에서는 따로 보관되던 두 마리의 표본을 한 자리에서 공개합니다. 47년 전 황새 부부에게 벌어진 안타까운 사연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의도입니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설화 속의 황새, 현실 속의 황새’는 옛 그림이나 문헌 속에 길조(吉鳥)로 자주 등장했으나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 황새를 소개합니다. ‘마지막 황새 부부’에서는 최후의 번식황새 표본을 실물로 공개하고, 이들 황새를 23년간 취재한 기사를 함께 전시합니다. ‘황새, 다시 둥지로 오기까지’는 1996년부터 시작된 ‘한반도 황새 야생복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예산황새공원 등지에서 번식 중인 황새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합니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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