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5일 의결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산입범위를 늘리되 저소득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연봉 2500만원 미만 근로자는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고, 그 이상의 고임금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여금뿐 아니라 식대와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간데다, 면밀한 시뮬레이션 없이 급히 개정안을 만들다 보니 실제로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보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상당수 생길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16만원 오를 임금 3만원만 오를 수도
환노위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는 기본급과 직무수당뿐 아니라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가 산입된다. 저임금노동자 ㄱ씨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는 올해 기본급과 직무수당을 합쳐 꼭 최저임금 수준인 157만원을 받고 식대 15만원과 교통비 10만원을 별도로 받아 세전소득이 월 182만원이다. 만일 산입범위가 바뀌지 않은 채로 내년에 최저임금이 10%가량 올라 시급이 8300원이 된다면 월 최저임금은 173만원이 되고 ㄱ씨의 월소득 총액은 198만원이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내년에 시행되면 ㄱ씨의 임금 인상폭은 크게 줄어든다. 개정안에 따라 기본급과 직무수당뿐 아니라 월 최저임금 173만원의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 12만8900원이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포함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ㄱ씨의 사업주는 월급을 3만1100원만 올려줘도 기본급과 직무수당, 복리후생비 중 7% 초과분을 합치면 최저임금을 맞출 수 있다. ㄱ씨의 월소득 총액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기대보다 12만원 가까이 줄어든 186만1100원이 된다. 최저임금이 10% 올라도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가 없는 셈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상여금은 없어도 식대와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는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본급이 낮고 복리후생비로 이를 벌충하는 임금구조를 가진 사업장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환노위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초과기준을 해마다 단계적으로 낮춰 2024년에는 모든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한다는 부칙도 채택했다. 2024년까지 계속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산입범위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임금인상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25%, 7% 기준 어디서 나왔나
산입범위 기준선을 산정한 방식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연도 월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 기준을 제시해 합의를 이끈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월 200만원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한 기준선”이라고 설명했다.
서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월평균 최저임금인 157만원의 25% 수준인 40만원의 상여금을 매달 받는 경우 월급은 평균 197만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25%보다 많은 상여금을 받는 경우에만 초과분을 산입하면, 확대 효과는 월급이 200만원을 넘는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복리후생비의 경우 약 10만원을 기준으로 잡고 그보다 많은 경우 산입범위에 포함하기로 해 7%라는 기준선이 잡혔다. 기준선을 잡은 객관적 근거나 데이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없었던 셈이다.
끝까지 개정안 통과에 반대했던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새벽 1시에 30분만에 급조된 법안을 충분한 실증적 검토도 없이 강행처리했다”고 비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취지 자체는 저임금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 구체적 데이터나 개별 임금을 놓고 어떤 효과가 발생할지 따져보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금지’ 대원칙 훼손
국회는 사업주가 분기·반기별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기 위해 월별로 쪼개서 줄 때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조항도 만들었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상여금 지급 시기 등의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과반수 노조나 노동자 중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환노위는 사업주가 상여금 총액의 변화 없이 월 단위로 쪼개서 주도록 취업규칙을 병경할 때는 동의가 아닌 과반수의 ‘의견을 청취’만 하면 되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었다. 사업주가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합법적으로 상여금을 쪼개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질임금을 낮출 길을 열어준 셈이다. 노동계에서는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이 훼손됐다”는 반발이 나온다.
■사회적 대화·최임위에도 찬물
노·정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28일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당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특정 정책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개정안은 정기상여금은 물론 복리후생비까지 전부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이라며 “저임금 노동자를 헬조선 지옥문으로 내모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선언”이라며 “법안이 너무 복잡해 어떤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지를 알기가 어려워졌고 현장이 무법천지로 방치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풀려가던 노·정 관계는 또다시 파국 직전에 놓이게 됐다. 민주노총은 이미 국회의 일방적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에 반발하며 앞으로 노사정대표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어떤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교적 정부에 유화적인 한국노총도 이날 긴급 상임집행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전면 재검토했다. 20년만에 복원 직전까지 왔던 새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출범도 하기 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도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이날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진 만큼 한국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 전원이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법정 결정시한은 6월28일까지로 1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을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재계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모양새다. 경총은 “노조가 없는 기업은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매달 지급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함으로써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가 여전히 혜택을 보는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업이 지불하는 고용비용을 합리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일정 한도 이상의 월정기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점은 올해 고율인상으로 경영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영세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바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28일 본회의 상정 땐 총파업”…한국노총 “최저임금위원 전원 사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노·정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을 선언했다. 한국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들은 전원 사퇴하기로 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뿐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까지 파행 운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25일 오전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28일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당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특정 정책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개정안은 정기상여금은 물론 복리후생비까지 전부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이라며 “저임금 노동자를 헬조선 지옥문으로 내모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선언”이라며 “법안이 너무 복잡해 어떤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지를 알기가 어려워졌고 현장이 무법천지로 방치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풀려가던 노·정 관계는 또다시 파국 직전에 놓이게 됐다. 민주노총은 이미 국회의 일방적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에 반발하며 앞으로 노사정대표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어떤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교적 정부에 유화적인 한국노총도 이날 긴급 상임집행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전면 재검토했다. 20년 만에 복원 직전까지 왔던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출범도 하기 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도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이날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진 만큼 한국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 전원이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환영했다. 경총은 “노조가 없는 기업은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매달 지급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함으로써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업이 지불하는 고용비용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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