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상여금과 식비, 교통비까지 일부 집어넣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29일 “저임금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최대한 받도록 보호하면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은 완화한 균형 잡힌 개선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부 자체 조사에서조차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노동자 4만7000명을 포함해 노동자 29만7000명의 이익이 기대보다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29만7000명 ‘산입범위 늘어나면 손해’
이 차관은 이날 오전 세종정부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1988년 법 시행 이후 30년 만에 산입범위를 합리적으로 개편한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시행 첫해) 각각 25%, 7%까지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도록 제한했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올해 기준으로 연소득 2500만원 수준 저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부 추정치는 이번 개정안으로 손해를 보는 노동자들이 많을 것임을 보여준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월급이 오르는 노동자가 지금대로라면 전체 노동자의 21.6%인 331만8000명에 이르는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지면 19.7%인 302만1000명으로 줄어든다고 노동부는 추정했다. 이 차관은 “현재 (최저시급) 7530원 이하를 받는 분들의 91%는 산입범위를 개편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노동연구원 통계”라고 했으나 29만7000명은 사실상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2016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와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수치다.
또한 노동부 예측에서 연소득 2500만원 이하 노동자 324만명 중에서도 6.7%에 이르는 21만6000명의 기대수익이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연봉 2500만원 이하 노동자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닌 셈이다.
노동부는 “저임금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계층이 산입범위 개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고임금 노동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불합리성이 해소돼 소득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법 개정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 중 급여와 고정 상여금을 합친 월 평균임금이 82만4000원인 1분위 노동자는 4만7000명, 월 평균 147만6000원을 받는 2분위 노동자는 8만4000명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는 노동부의 약속에도 양대 노총 등이 반발하는 근거를 노동부 스스로 제공해준 셈이다.
실제로 노동부가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저임금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마트업과 건설업은 복리후생수당이 최저임금에 들어가면 내년에 최저임금이 10% 올라도 월급총액이 올해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왕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산입범위 개편의 영향을 최대한 더 면밀히 분석하고, 새로운 통계·실태조사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 ‘25%와 7%’ 수치의 근거는
전날 통과된 개정안은 2024년까지 매달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현금으로 주는 복리후생비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했다. 시행 첫 해인 내년에는 우선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25%를, 복리후생비는 7%를 빼고 나머지 부분만 최저임금으로 친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율이 적정한지 논란이 인 데 대해 이 차관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중위소득 2500만원 기준을 설정하고 거기 맞추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복리후생비를 넣을지를 놓고 대립하자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이 이같은 비율을 절충안으로 제시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서 의원이 나름대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최저임금 받는 사람들의 중위소득을 2500만원 정도로 본다면, 일단 산입범위가 개편되더라도 (이 사람들은) 손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연봉 2500만원을 기준으로 두고, 기본급이 157만원이고 기본급의 300%를 정기상여금으로 받는다고 가정해 비율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 얼어붙은 노정관계, “개선할 것 있다면 고민해보겠다”
이번 법 개정으로 노정관계가 얼어붙었지만 당장 노동계를 설득한 뾰족한 수는 없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고,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노사정위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차관은 이런 상황에 대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노동계와 접촉하며 정확하게 실태도 알려 드리고 여러 문제점을 들어 보고 저희(정부) 차원서 개선할 것이 있다면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노동계 위원들의 탈퇴로 파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가정하기도 싫은 상황이지만, 올해 8월5일까지 최저임금 고시를 하게 돼 있는 상황인데 못 하게 된다면 상당히 많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만약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온다면 저희들이 대안을 모색해 봐야 될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이번 개정이 ‘균형잡힌 것’이라면서도 소상공인에 대한 부담이 최저임금 개편만으로는 덜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 차관은 “이번 제도개편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힌 것인데, 자영업자들은 주로 기본급만 있어(지급해) 관계가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부분은 ‘이번 개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상여금을 다달이 쪼개어 넣도록 취업규칙을 바꿀 때 사측이 노동자 개개인의 의견을 듣기만 하면 된다고 규정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때 과반수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무색케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상여금의 지급 주기를 바꾸는 것 자체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왕 근로기준정책관은 “많은 법학자들이 (상여금) 지급 주기만 변경하는 경우 이것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이 부분을 명확하게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해서 국회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현장에서 (상여금 주기 변경을) 집행할 때 노동자들의 엄청난 반대에도 (강행)하는 부분이 있다면 노동부가 지도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전문] 28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최저임금법 개정안 Q&A
-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왜 개편해야 하는 건지?
=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선진국에 비해 협소하여 실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 상여금 등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고 있어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사용자도 최저임금법 위반이 될 수 있는 상황.
- 최저임금법 개정이 시급했던 이유는?
= 지난 30여년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노사 이견 등으로 개선되지 못하였으나, 금번에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이뤄낸 만큼 조속한 입법 필요. 아울러, 5월 임시회에서 처리되어야 개정법의 산입범위를 토대로 최저임금위에서 법정시한(6.28.) 내에 ‘19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결정 가능
-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 최저임금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안 및 노사 의견수렴 등을 토대로 여·야의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하에서 결정된 것으로, 정부는 이를 존중함. 금번 개정안은 저임금노동자의 임금보장,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담 완화 사이에 균형을 추구한 것으로 보임. 본격적인 최저임금 심의 전 논의가 마무리되어, ‘19년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함
-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안을 반영하고 있는지, 더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는지?
=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안 중 정기상여금은 다수의견, 복리후생비는 복수안 중 2안을 채택한 것과 가장 유사함. 다만,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의 일정부분을 최저임금 산입에서 제외하고 있어 노동자의 임금보호 측면에서 더 진전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 개정안은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 중 각각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25%, 7%를 산입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18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연소득 약 2,500만원 이하의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다음연도 최저임금 인상 혜택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고 있음.
- 산입범위에 상여금 뿐 아니라 복리후생비까지 포함되도록 확대한 것은 최저임금 대폭인상을 통해 2020년까지 1만원 달성 공약을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닌지?
=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필요성은 오랜 기간 제기되어 왔고, 그간의 최저임금委 제도개선 TF안, 노사 의견 등을 반영하여 금번에 개선된 것으로 이해함. 최저임금 수준은 최저임금위에서 노·사·공익위원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며, 고용·경제상황, 정부 지원정책의 효과뿐만 아니라 금번 산입범위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될 것으로 기대.
-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개정법안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 최임위 노동계 위원이 사퇴하는 등 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이 제 때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되는데?
= 금번 개정안은 노·사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여 저임금노동자의 임금보장과 함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도 추구한 것임. 법 개정 이후 이러한 점에 대해 노동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충분히 설명하는 등 노동계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나가겠음.
- 금년 초에 정부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려고 지급주기를 분기별에서 월별로 변경하는 것은 안된다고 했었는데 금번 법개정안이 이를 합법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 금년 초 정부의 입장은 현행 법을 토대로 설명한 것임. 최저임금委 제도개선 TF안에서는 총액을 유지하면서 상여금의 지급주기를 월별로 변경하는 것은 불이익변경이 아니며, 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다수·소수 의견 모두 공감. 금번 개정안은 이를 반영한 것으로, 노사 간에 있을지 모를 분쟁의 소지와 현장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
- 상여금 지급 관행이 격월 또는 분기별임을 감안할 때 월별로 지급되는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한 것은 지급주기 변경을 둘러 싼 분쟁만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 최저임금법의 취지가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에 있음을 고려하면 1개월 단위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지급이 보장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음. 최저임금위 제도개선 TF안에서도 이러한 의견이 다수의견이었음. 이번 개정안이 상여금도 매월 지급되는 경우에 최저임금에 산입됨을 명확히 한 것은 오히려 사업장별로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으로 이어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봄.
- 상여금 지급주기를 용이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절차에 대한 특례를 두었음에도 대기업 등과 같이 단체협약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이는데?
= 특례규정은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안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함. 동 규정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많은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은 임금체계를 취업규칙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임. 다만, 단체협약으로 규정된 경우에는 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하므로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나, 노·사가 금번 산입범위 개편의 취지에 맞게 임금체계를 개편해 갈 것으로 기대함.
- 기본급 대비 후한 상여금을 격월이나 분기별로 주는 대기업 직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누릴 여지가 커져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가 더 왜곡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은?
= 금번 법개정안은 고임금노동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불합리성이 해소되어 소득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임. 현재는 정기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을 초래하여 정기상여금이 많은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더 많이 보는 결과가 발생. 대기업 노사도 금번 산입범위 개편의 취지에 맞게 임금체계를 개편해 갈 것으로 기대함.
- 기숙사를 운영하거나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등 현물로 주는 복리후생비도 포함되는지?
= 기숙사, 점심식사 등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하는 현물급여는 개정안 제6조제4항제3호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됨.
- 명확한 근거도 없이 상여금, 복리후생비 중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각각 25%, 7%를 초과하는 부분만 산입토록 하는 법개정안을 마련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 ’18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월 정기상여금 39만원(연 300%), 복리후생비 11만원을 받은 연소득 2,500만원의 노동자들의 임금 보장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이해함. ’17년 기준으로 연소득 2,500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51.7%로, 이는 중위임금(’16년 2,424만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음. 저임금노동자의 임금보장,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환노위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에 합의된 적정 산입범위 제한선으로 알고 있음
- 노동계는 상당수의 저임금 노동자가 식비, 숙박비, 교통비를 지급받는 상황에서 금번 법개정으로 연간 2,5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도 얼마든지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 개정안은 상여금, 복리후생비 중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각각 25%, 7%를 최저임금 산입에서 제외하여 연소득 2,500만원 이하의 저임금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음. 다만, 정기상여금이 최저임금 월 환산액 25% 또는 복리후생비의 7%를 넘는 노동자의 경우에는 일부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 있음. 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최대 21만6천명의 노동자가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됨
- 노동계뿐 아니라 경총 등 경제단체도 반발하고 있는데?
= 많은 논의 끝에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안이지만,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가 보기에도 완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측면이 있을 수 있음. 경제단체에 대해서도 법 개정 취지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나가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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