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을 부당전보·징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5일 오전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는 등 압박에 나서자 소환에 불응해왔던 기존 입장을 접고 결국 자진출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MBC는 4일 오전 “김 사장이 5일 오전 10시 고용노동부에 자진출석한다”고 밝혔다. MBC가 기자들에게 입장자료를 보내기 직전 MBC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소속 근로감독관 5명은 서울 상암동 MBC 사옥을 방문해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근로감독관들과 MBC 측이 잠시 대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근로감독관들은 MBC측이 김 사장 명의로 5일 오전 10시 출석하겠다는 공문을 제출하며 자진출석 의사를 밝히자 이를 받아들이고 철수했다. 서울서부지청은 “김 사장이 출석하는 대로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저녁 체포영장 발부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고 있던 방송의날 기념식에서 급히 빠져나가 종적을 감췄던 김 사장은 이날 오전 6시쯤 MBC 사옥에 기습 출근했다. 김 사장은 다른 임원들과 함께 TV 주조정실과 라디오 주조정실, 보도국 뉴스센터 등 핵심 방송시설 운용을 점검하고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MBC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보도자료로 돌리는 여유까지 보였다.
김 사장은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이 어떠한 경우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비상 근무자 여러분들의 노고가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MBC가 전했다. 이날 파업을 시작한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 사장이 오전 7시30분쯤 평소대로 출근할 것으로 예상하고 사옥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하려 했으나 김 사장이 노조를 피하듯 기습적으로 새벽에 출근해버리자 임원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MBC는 김 사장이 센터 설립 및 전보, 모성보호의무 위반, 최저임금제 위반, 근로계약서 미교부, 일부 퇴직금 부족 지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으나 핵심 혐의는 부당전보 및 징계 등 ‘부당노동행위’다. 부당노동행위란 사용자가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행사를 방해하는 일을 뜻한다. 파업에 참여했다고 인사 불이익을 주는 일이 대표적이다. MBC에서는 2012년 파업 이후 6명이 해고됐고 수백명이 징계를 받거나 비제작부서로 전보됐다. 김 사장은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등 핵심 요직에서 이를 총괄한 책임자로 지목돼왔다.
김 사장 측은 “전보 등은 사장 취임 전의 일”이라고 맞서고 있으나 김 사장이 보도국장·보도본부장 시절에도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한 정황은 상당하다. 최근 공개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추정 문건의 경우 김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뒤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에 ‘X등급’으로 적시된 기자들이 대부분 인사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미루어 노조는 김 사장이 이 문건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월 사장 면접 자리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에게 “(사람을 쓸 때) 히스토리를 주로 본다. 이 양반이 회사를 여태까지 쭉 다니면서 어떻게 했는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파업 참가자가 대거 부당전보된 MBC 상황을 고려할 때 과거 파업 참가 이력이나 노조와의 관계 등을 살핀다는 뜻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사장은 사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서도 이미 제작부서 바깥으로 전보돼 있던 기자·PD 7명을 ‘구로 유배지’라 불리는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전보했다.
MBC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용노동부와 언론노조가 체포영장 발부 발표와 집행 시도 등의 시점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비난에 나섰다. MBC는 “고용노동부의 체포영장 신청과 발부 발표 시점은 1일 방송의날 행사 장소에서 언론노조가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시각과 일치하고, 체포영장 집행 시도도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출정식에 맞춘 시각이었다”며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전면 지원하면서 MBC 경영진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고용노동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서부지청 관계자는 “우리가 노조와 협의를 할 이유도 없고, 1일 방송의날 행사가 있는 줄도 몰랐거니와 영장 발부시점은 법원이 결정한 것”이라며 “오늘 집행 시도에 나선 것은 주말을 지낸 뒤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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