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조합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이 5일 오전 고용노동부에 출석했다.
김 사장은 출석 예정 시각보다 10여분 이른 오전 9시48분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앞에 검은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출석 심경을 묻는 질문에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어떻게 지킬까 고민이 많았다. 취임 6개월 밖에 안된 사장이 정권 편에 선, 사실상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했겠는가. 당당히 조사받고 받겠다”라고 밝혔다.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지, 구성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는데 퇴진할 생각이 없는지, 자유한국당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게 사실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파업 중인 MBC 기자가 “(방송에서) 노조원을 배제했다는 녹취록이 있었고 블랙리스트 만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 사장의 경호원들이 이 기자를 밀쳐내는 등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사장 출석에 맞춰 서부지청 청사 앞에서는 ‘엄마부대’ 15명이 모여 ‘김장겸 힘내라’, ‘MBC 힘내라’, ‘1노조(언론노조) 물러가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시민단체 ‘언론개혁시민연대’ 회원 1명은 김 사장을 향해 ‘김장겸은 물러나라’, ‘김장겸을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 사장은 앞서 4차례 넘게 고용노동부의 소환 통보에 불응해 왔다. 지난 1일 법원이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모습을 감췄고, 지난 4일 근로감독관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자진출석 의사를 밝혔다.
김 사장의 핵심 혐의는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행사를 방해한 ‘부당노동행위’다. 지난 2월 취임한 김 사장은 2012년 파업에 참가한 기자, PD, 아나운서 등을 부당 징계하거나 비제작부서 밖으로 전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파업 뒤 부당 징계·전보된 MBC 구성원은 200명이 넘으며 김 사장 취임 뒤에도 부당한 인사가 계속됐다. 서부지청은 이 외에도 지난 6월 29일부터 진행한 MBC 특별근로감독에서 최저임금법을 어겼거나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것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마무리하면 서부지청은 김 사장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PD와 기자들을 스케이트장 등으로 보내 상식 밖의 관리를 한 게 나왔다”며 “이런 부분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돼 수사중이며 마무리되면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4일 MBC 사옥을 방문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던 서부지청 관계자도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을 조사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5일 서부지청에는 김재철 전 MBC 사장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2010~2013년 MBC 사장을 지내며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에 앞장섰던 장본인으로 꼽히는 김 전 사장은 부당노동행위 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해고 등 부당인사에 대해 “회사의 경영진으로서 합당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쫓아낸 기자·PD들이 법원에서 부당해고임을 인정받고 복직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판결이 있어도 임원들이 다 의논해서 하는 것”이라며 잘못이 없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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