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이 지난 21일 출소 이후 처음으로 언론 앞에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3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과 나란히 자리에 앉아 기자들을 만났다. 감옥에서 임기를 마친 탓에 올 초 김 위원장이 취임할 때도 두 사람은 한 자리에 앉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투옥 돼 촛불집회와 탄핵, 새 정부 출범까지 감옥에서 지켜봤다. 한 전 위원장은 “민중의 함성이 헌법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감동의 시간들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 길을 열어준 노동자, 민중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 주말엔 고 백남기 농민 묘에 다녀 왔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백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2015년 민중총궐기집회를 주도한 이유로 구속됐다. 한 전 위원장은 “빚진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산 자의 몫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루도 잊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의 표정은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언급하면서 어두워졌다. 한 전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 있어서는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재벌개혁은 굉장히 후순위로 밀린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정부의 말과 실천이 달라지면 결국 민심이 냉정해 질 시간은 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놓고는 “노동자, 약자 편에 선 사람이 국회 안에 소수인 것이 분명하다”며 “노동자를 대변하는 세력과 아닌 세력이 구분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이번에 국회가 제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은 남북관계에 기댄 이데올로기 공세에 밀려 먹고 사는 문제는 늘 뒷전으로 밀렸다”며 “이제는 노동자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시혜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1일 894일만에 형기를 반년 쯤 남기고 가석방됐다. 2009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이던 때는 정리해고에 맞서 옥쇄파업을 주도했다가 구속돼 3년을 복역하고 만기 출소했었다. 2015년 1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취임했지만 같은해 12월 구속돼 임기 중 2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냈다.
한 전 위원장은 같이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했다 구속된 이영주 전 사무총장과 건설노조 집회에서 도로 점거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 등을 언급하며 “공포의 정치, 공안탄압으로 내몰린 많은 양심수들은 당장 석방돼야 하고 사면 복권도 지연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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