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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정리뉴스]‘평양 주재기자’ 탄생할까···남북 언론교류 어디까지 왔나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수정2018-06-10 16:55:31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프랑스 언론사는 있는데 한국 언론사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평양지국’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참가국 중 한국만이 유일하게 북한에 지국을 개설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 일본 교도통신, 미국 AP통신, 프랑스 AFP통신은 평양에 지국이 있고, 영국 로이터통신, BBC도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들어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화해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언론교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평양지국 개설 준비위원회’를 발족했고, KBS에선 지난 2년간 중단됐던 남북교류협력단이 활동을 재개했다. 그동안 남북 언론교류를 주도해온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도 한반도 정세를 살피며 교류를 위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협력하자 했는데…9년 전 끊겨버린 교류

남북 언론교류는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물꼬가 트였다. 그해 8월 남측 언론사 사장단 46명이 방북해 ‘남북언론기관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통일과 민족단합에 도움이 되는 언론활동 전개, 비방중상 중지, 언론분야 교류협력 추진, 남북 언론 접촉 창구마련, 북측언론기관대표의 서울방문 등이 주 내용이었다.

2006년 11월 29일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정덕기 부위원장과 남측위원회 정일용 상임대표 등 남북 언론인들이 29일 오전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해방 이후 처음으로 남북언론인토론회를 가진 뒤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5년 공식 창구가 열려 보다 진전된 교류를 할 수 있게 됐다. 남측에는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가, 북측에는 6·15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가 생겼다. 남북 언론교류 역사상 가장 큰 행사는 2006년 11월 분단 이후 최초로 열린 남북 언론인 토론회다. 이틀동안 금강산에서 ‘6.15공동선언 실천과 남북 언론인들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남북 언론인 127명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조선기자동맹 소속 언론인 40여명이 나왔다. 잘 알려진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외에도 직능별 신문, 지역신문 기자들이 골고루 있었다. 남북 언론인들은 6.15공동선언 지지, 전쟁위협 반대, 민족분열 보도 배격, 공정보도, 공동 협력사업 계속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하지만 남북 언론교류는 불안한 한반도 정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09년 7월 6·15남측위와 언론본부와 6·15북측위 언론분과위의 실무접촉을 끝으로 교류는 중단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통일부에서 남북 언론인 행사를 허가하지 않거나 남측 언론인들의 방북을 승인하지 않는 일이 계속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북의 연락 수단인 팩스조차 보내기 쉽지 않았다. 6·15남측위는 북측에 팩스를 보내 실무접촉이나 행사 일정을 조율하곤 했다. 하지만 정부는 팩스 보내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다. 윤창빈 6.15남측위 언론본부 사무처장은 “그동안 북측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오고, 새해가 되면 축하인사도 왔는데 만남은 끊겼다”고 말했다. 윤 사무처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시민단체 중심의 통일운동을 했다. 정부가 6·15공동위에 맡겨서 모든 행사를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할지, 6·15북측위 언론분과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평양지국 만들자” 발벗고 나선 언론

지난달 24일 언론단체 대표들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남북 언론교류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6·15남측위 언론본부는 남북 언론인 대표자회의와 뉴스·콘텐츠 교류를 다시 시작하고, 오는 8월 15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언론인대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남북 언론이 공동으로 ‘제작보도준칙’을 세우고 남북 언론교류를 연구하는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내놨다.

문체부는 최근 ‘남북문화교류협력특별전담반’ TF를 꾸리고 중단된 교류 사업을 다시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종환 장관은 간담회에서 “정부 입장은 (남북 교류를) 차분하고 질서있게 추진한다는 것이다. 통일부와 상의해 언론교류도 같이 논의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4월 ‘평양지국 개설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연합뉴스는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언론교류 가능성이 커지자 평양 주재원 2명을 내정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다시 나빠지면서 평양 주재원 파견은 없던 일이 됐다. 2002년 일본 내 조총련계 통신사인 조선통신과 계약을 맺어 실시간으로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공급받고 있다.

연합뉴스는 평양지국을 개설하고, 조선중앙통신과 특파원을 교류하며 기사도 직접 교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우탁 연합뉴스 평양지국 개설준비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한국언론학회와 연합뉴스가 공동주최한 ‘통일시대에 대비한 남북 언론 교류 활성화 방안 공동 토론회’에서 “중국 베이징 창구를 통해 조선중앙통신에 공식 제안서를 보냈고, ‘잘 받았다’는 회신을 받은 뒤 추가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 2년간 중단됐던 남북교류협력단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KBS는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교류협력팀을 꾸린 뒤 다양한 합작 프로그램을 방영해왔다. 조선중앙TV와 남북 최초로 합작한 드라마 ‘사육신’과 다큐멘터리 ‘북녘땅, 고향은 지금’ ‘백두고원을 가다’ 등이 대표적이다.

6·15남측위도 단순한 만남을 넘어선 교류를 고민하고 있다. 평양 주재기자 파견, 기사 교류에 이어 남북 언론이 서로 기사를 정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채널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윤창빈 사무처장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남북 교류 논의도 가능하기 때문에 상황을 보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남북 교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주도적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