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노루, 수달, 등뿔왕거미, 검독수리… 한국전쟁 이후로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불리는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생물들이다. 비무장지대에 멸종위기종 101종을 포함해 야생생물 총 5929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환경부 국립생태원 조사 결과 확인됐다.
국립생태원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부 해안가와 동부 산악지대, 서부 평야지대 등 DMZ 일대 3개 권역의 생태계를 조사하고 1974년부터 누적된 자료를 비교검토해 DMZ에 사는 5929종 생물종 목록을 작성했다고 13일 밝혔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 떨어진 DMZ 내부 구역에는 무인카메라를 설치했고, 민통선 이북 지역은 직접 답사했다. 그 결과 발견된 생물종은 곤충류가 2954종으로 가장 많았고 식물이 1926종, 조류 277종,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417종, 담수어류 136종, 포유류 47종, 양서·파충류 34종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DMZ 내 거미류를 새로 조사해 모두 138종이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전체 생물 가운데 101종이 멸종위기종이다. 환경부가 정한 우리나라 전체 멸종위기종 267종의 37.8%에 달한다. 면적이 남한의 1.6%에 불과한 DMZ가 야생 동식물들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사향노루와 수달, 산양, 검독수리, 노랑부리백로, 수원청개구리,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18종과 담비, 삵, 구렁이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83종이 DMZ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거미류에 대한 조사가 새로 시작되면서 지난해 6월 희귀종인 등뿔왕거미가 경기 연천군 민통선 이북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등뿔왕거미는 2006년 월악산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됐지만 이후에는 관찰된 적이 없었다.
국립생태원은 올해 DMZ 일대 중부 산악지대, 내년 서부 임진강 하구를 조사해 생물종 정보를 구축할 예정이라 이 일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야생생물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그간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지도,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 분포 지도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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