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백운산에서 활동하던 반달가슴곰, 불법 사냥도구에 걸려 숨진 채 발견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입력 : 2018.06.14 17:17:00 수정 : 2018.06.14 18:25:41

올무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된 KM-55의 모습. | 환경부 제공

다래덩쿨에 감긴 올무. | 환경부 제공

지리산 남쪽의 백운산에서 활동하던 반달가슴곰이 불법으로 설치한 사냥용구에 걸려 숨졌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남 광양 백운산 지역에서 활동하던 반달가슴곰 KM-55가 올무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고 14일 밝혔다.

KM-55는 재작년 여름부터 백운산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공단에선 위치 추적을 위해 부착한 발신기에서 이상음이 수신돼 이날 오전 현장 확인 결과, 오른쪽 앞발에 걸린 이동형 올무가 다래 덩굴에 엉켜 바위틈에서 숨진 곰을 발견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엽구는 길이 1m 정도의 절단목에 와이어형 올무를 달아 놓고, 야생동물이 올무에 걸린 채 돌아다니다 죽게 만드는 도구였다.

2014년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수컷곰 KM-55는 2016년 7월 지리산을 벗어났으며, 섬진강을 건너 20㎞ 정도 떨어진 광양 백운산에서 겨울을 났다. 지리산 밖에서 동면한 건 반달곰 방사 이후 처음이다. 이 곰은 지난달 11일 밤 광양시 다압면의 한 양봉농가에서 벌통 1개와 시설물을 부순 뒤 벌꿀과 유충을 먹고 달아나기도 했다. 종복원기술원은 피해 양봉장 주변에 전기울타리를 설치하고 보험회사를 통해 피해 보상을 하기로 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나왔다.

최근 KM-53도 지리산에서 100km 떨어진 김천 수도산까지 세 번째 탈출을 시도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2015년 1월 태어난 KM-53도 KM-55와 또래이다. 태어난 지 3~4년 정도 지난 수컷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개체수가 늘어나고, 서식지가 확대되면서 사고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공단은 관계기관과 함께 백운산지역에서 불법엽구 수거 활동을 벌였지만, 미처 제거하지 못한 올무에 KM-55가 희생된 것으로 보고있다. 불법 엽구 설치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주민 협력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송동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 “자연스런 서식지 확산 과정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라면서 “지난 5월 발족한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를 통해 서식 예상지역에 대한 불법 엽구 수거 등 보호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