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제주도에서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린다.
기상청은 제주도는 이날 오후부터 장마전선 영향권에 들어가 이튿날 새벽까지 10~40㎜ 가량 비가 온다고 전망했다. 잠시 북상한 장마전선은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25~26일 다시 올라와 제주와 남부지방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 외 지역은 다음주 중반까지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정도에 따라 장마전선의 위치와 강수 영역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장마의 시점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
해마다 6월 말이면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기사를 접하게 되지만, 기상청의 ‘공식 발표’는 아니다. 중·단기예보를 통해 ‘장마전선에 의한 강우’를 알릴 따름이다. 기상청은 2009년부터 장마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장마철 예보를 중단했다. 불분명해진 장마 기간을 예보하는게 사실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장마전선은 남쪽에서 오는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기단과 동쪽의 한랭 습윤한 오호츠크해 기단이 만나서 형성된다. 두 기단의 세력이 비슷하면 한 곳에서 정체되는데 이 것이 초여름 동서로 긴 비구름띠를 만드는 장마전선이다. 북태평양 기단이 강해지고 전선이 북상할 때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무더위가 오고, 오호츠크해 기단이 강해지고 전선이 남하할 때는 이슬비 형태의 비가 내리며 기온도 떨어진다. 두 기단이 밀고당기다가 북태평양 기단이 힘이 더 세져서 오호츠크해 기단을 북쪽으로 밀어내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장마전선의 정의다. 평년에는 제주 6월19~20일, 남부지방 23일, 중부지방 24~25일 장마가 시작해 중부지방에서는 7월25일쯤 끝난다. 기간으로는 32일 정도 된다. 하지만 당장 지난해만 해도 제주도에서 6월24일, 남부지방에서 29일, 중부지방에서 7월1일 시작해 중부지방에서 7월29일 끝났다. 장마철인데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마른 장마’로 사회·경제적 문제까지 빚어졌다.
이러한 원인은 장마의 ‘연속성’이 과거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제주도에서 장맛비가 시작돼서 남부, 중부지방으로 북상해 만주까지 올라가 소멸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장마 동안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다가 장마가 끝나면 태풍 외에 집중 호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장마 기간에도 비가 강하게 내리다 뚝 그치는 식으로 패턴이 불규칙해졌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열에너지가 커지면 운동에너지도 커진다. 즉, 기온이 높지 않을 때는 움직임도 천천히 이뤄지다가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의 흐름도 빨라지고 변화도 심하다. 대기에 열이 많으면 습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상층에 찬바람이 슬쩍 지나거나 기온이 조금 떨어지는 정도로도 날씨가 급변하게 된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변화가 급박하고, 패턴도 불규칙해지면서 장마 ‘기간’을 예보하는 것도 어려워진 셈이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날씨 예보는 일정 조정이나 계획 등 시민들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장마가 불규칙해지면서 예측이 오히려 혼란을 부르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름이면 ‘우기에 들어선다’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학자들의 지적도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철 장마전선 뿐 아니라 태풍, 대기 불안정, 기압골 등의 영향으로 국지성 호우가 내리면서 장마기간과 우기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이유다. 지난달 17~18일 집중호우나 장마가 끝난 뒤에 내리는 집중호우도 기후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지난달 23일 기상청이 발표한 ‘여름철 강수량 변화’ 자료를 보면, 1994년 이후의 장마 종료후 강수량은 1994년 이전보다 24.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강수량도 1994년을 전후해 8.1% 증가했다. ‘한반도 아열대화’의 간접 증거를 여름철 강수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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