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한반도에 첫 영향을 미친 제 7호 태풍 ‘쁘라삐룬’이 4일 한반도를 벗어나 동해 바다로 빠져나갔다. 당초 6년 만에 ‘상륙’하는 태풍으로 예측되면서 피해 우려가 컸지만, 동쪽으로 진로를 틀면서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
기상청은 지난달 29일 첫 예보에서는 쁘라삐룬이 제주도 서쪽을 지나 7월2일쯤 충남 서산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자꾸 동쪽으로 밀리면서 상륙지점이 남해안 중앙 여수 부근에서 부산으로, 이어서 일본 쓰시마섬 인근으로 밀렸다. 결국 쁘라삐룬은 제주도 동쪽을 거쳐 대한해협을 지나 독도 쪽으로 북상했다. 쁘라삐룬의 예상진로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태풍이 동쪽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장맛비와 태풍이 물러가고 화창한 날씨를 보인 4일 오전 관광객들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華城) 동북공심돈 인근 성곽길을 걷고 있다. _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 북태평양 전역이 따뜻하고 습한 공기로 덮힌다. 고기압에서는 바람이 시계방향으로 불기 때문에 거대한 돔이나 유리컵을 엎어 놓은 것처럼 대기 모양이 형성된다. 커다란 공기덩어리가 막고 있으니 태풍이 올라오다가 이를 뚫지 못한다. 태풍이 한반도 쪽으로 올라오다가도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일본 쪽으로 방향이 휘는 일이 잦은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쁘라삐룬이 동진한 직접적 이유가 있었다. 우리나라 서쪽에 발달한 상층 기압골이다. 지난 29일 발생한 태풍은 이동속도가 느렸다. 그런데 마침 한반도 쪽으로 기압골이 확장하면서, 태풍이 당초 예상된 경로에서 동쪽으로 밀려나게 됐다.
기상청의 경로 추정이 틀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태풍 예보는 애당초 경로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영향을 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게 돼 있다. 또한 태풍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아주 미세한 차이도 큰 변화를 만들기 때문에 초기 예측은 오차가 클 수 밖에 없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태풍 예보는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계속 추적하면서 정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쁘라삐룬은 비를 관장하는 힌두교의 신 ‘바루나’의 태국식 이름이다. 2000년 8월 한반도를 강타해 사망자 132명, 이재민 6만1000명, 재산피해 2531억원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 ‘프라피룬’과 같은 이름이다. 2006년 국립국어원에 의해 표기법이 변경됐다.
태풍 이름은 태풍영향권에 있는 14개 나라가 10개씩 이름을 제출해 결정한다. 140개 이름을 모두 사용하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 사용하게 된다. 태풍은 1년에 20~30개씩 생기기 때문에 똑같은 이름의 태풍이 4~7년마다 다시 등장한다. 한국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은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 등이다.
5일에는 전국에 구름이 많고 대기 불안정 때문에 내륙을 중심으로 오후부터 밤사이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다. 장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주도는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동진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흐리고 가끔 비가 오는 곳이 있다. 4일 오후부터 5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 경기 내륙, 강원 영서, 충청 내륙, 남부 내륙 10∼5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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