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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돈 벌기

정규직화 ‘소외’에 최저임금마저...분노한 학교 비정규직들 “문재인 정부 ‘공정임금’ 약속 지켜라”

“맞벌이 시대에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늘어날 수 밖에 없어요. 교사 아니면 서무과 직원만 있던 학교에 계속 새로운 직종이 생겨납니다. 이들이 하는 일도 교육의 일부이고요. 그런데 고용 안정이나 처우 보장은 안중에도 없어요. 이들이 하는 일도 꼭 필요한 ‘정규노동’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민태호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사무처장은 21일 서울 용산구 학비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학교 비정규직 중 정규직이 된 사람은 10%뿐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41만6000명의 30%인 12만5000명이 교육기관에서 일하는데 그중 지난 3월까지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이 결정된 사람은 약 1만2000명에 불과하다. 중앙부처 49.1%, 공공기관 33.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전환율이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정동창씨가 21일 서울 용산구 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스포츠강사들의 여러움을 얘기하고 있다. 최미랑 기자


이명박 정부가 청년실업을 줄이고 체육수업도 활성화하겠다며 체육 전공자를 강사로 뽑기 시작한 2008년부터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로 일해온 정동창씨는 “강사라는 이유로 다른 비정규직들이 받는 수당도 없이 열정페이를 받으며 일해왔다”며 “제도 도입 10년이 지나 가장이 된 강사들은 낮에는 학교에서,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10년 새 임금은 18만원 밖에 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은 정규직 전환에서도 제외됐다. 한 학교에서 길어야 2년밖에 일할 수 없으니 1~2년에 한번씩 원서를 써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초등 ‘온종일 돌봄’을 확대하면서 앞으로 인원이 늘어나게 될 초등돌봄전담사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고용불안을 벗어났지만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단시간노동자로만 채용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8% 정도다. 최저임금에 식비와 복리후생비까지 들어가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효과마저 없어질까 우려된다. 또 정부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에게 ‘직무등급에 따른 표준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학비노조는 이렇게 되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정부의 표준임금모델에 따라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직무등급 내 임금상한선이 있어 임금상승이 어렵다.

또 무기계약직은 낮은 등급의 경우 아무리 오래 일해도 기존 정규직 공무원의 급여 수준을 넘기 힘들게 돼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곽승용 학비노조 정책실장은 “8년 간 싸운 끝에 근속수당 2만원을 지난해 3만원으로 올렸는데, 정부가 내놓은 표준임금제에 따르면 아무리 오래 일해도 임금이 최대 20만원밖에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5년부터 학교 급식실에서 일해온 박금자 학비노조위원장은 “정부가 적은 돈을 주고 아이를 돌보다 일하러 나온 여성을 이용해 왔기 때문에 학교 비정규직이 양산됐다”며 “대통령이 약속한 ‘정규직 임금의 80%’, 공정임금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비노조는 오는 30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궐기 대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