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목수 장모씨(57)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한다. 주 54시간 일하는 셈이다. 이번주부터 300인 이상 업체의 노동시간이 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지만 장씨에겐 ‘남의 일’이다. 장씨는 “얼마 전에 회사 관계자가 와서 주 52시간 하니까 어떻게 출퇴근해야 하느냐고 물어보고 가긴 했는데, 정부가 처벌을 미룬다고 하니까 그것도 흐지부지됐다”며 “이번주도 똑같이 일할 것 같은데 주휴수당은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과로사회에서 탈출해 ‘저녁이 있는 삶’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제도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많다. 작은 회사에 다니거나 연장근로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특례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아예 노동시간 단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회가 ‘현장의 충격’을 우려해 노동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상시근로자가 300인 미만 기업은 1년 반~3년 정도 기다려야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 상용근로자의 15.5%에 불과하다.
3년 후인 2021년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전면 시행돼도 5인 미만 소규모 업체에서 일하거나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이 결성한 전국택배연대노조는 “하루 13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라며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택배사들과 교섭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업 등 5개 특례업종 종사자들도 법정노동시간을 적용받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지만 ‘현장 사정’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계속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도급이 많아 관리가 어렵고 공사 기한을 맞춰야 하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건설현장에서는 임금만 줄어들 뿐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시간 단축이 정착되려면 임금을 올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오는 12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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