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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박근혜 정부 도와야 한다"던 윤세영 SBS 회장, 사임 발표..."소유·경영 분리하겠다"

윤세영 SBS 미디어그룹 회장과 아들인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이 11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세영 SBS 미디어그룹 회장과 아들인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이 11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를 도와야 한다”고 지시하는 등 뉴스 보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윤세영 SBS 회장이 11일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KBS와 MBC 노조의 동시 파업에 이어 SBS 내에서도 구성원들이 경영진의 보도 공정성 침해와 간섭에 항의하고 나선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보도 지침’ 논란이 거세지자 윤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했지만, 구성원들은 “근본적인 지배구조 혁신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윤 회장은 11일 ‘담화문’을 내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상파는 각종 규제에 묶여 경쟁의 대열에서 점점 뒤처졌다”라며 “우리가 안고 있는 이런 어려움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로서 SBS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이런 저의 충정이 돌이켜 보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회장은 이날 회장직과 SBS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아들 윤석민씨도 SBS 이사회 의장과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는다. 윤 회장은 “대주주가 향후 SBS 방송,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적인 완결”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 언론노조 SBS본부는 윤 회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보에 따르면 윤 회장은 보도본부 부장 이상 간부들이 참석한 오찬 자리 등에서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4월4일에는 간부들과의 오찬에서 “대통령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를 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 해 10월10일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며 지시한 <SBS 뉴스 혁신> 문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며 심각한 안보환경을 직시하고 여론을 선도한다’, ‘모든 부서에서 협찬과 정부광고 유치에 적극 나서라’ 등의 지침이 적혔다. KBS와 MBC 뉴스가 친정부 보도로 채워지던 당시에, 정부에 비판적인 SBS 몇몇 앵커들의 클로징멘트는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SBS의 이 문건에는 ‘잘 모르면서 시니컬한 클로징을 하는 것은 비신사적’이라는 대목도 들어 있었다. 윤 회장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띄우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여러군데에서 나왔다.

이에 노조는 지난 6일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어 소유와 경영의 완전한 분리, 방송 취재·제작·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는 ‘리셋 SBS 투쟁결의문’을 채택했다. 직능단체와 기자들의 비판 성명도 잇따랐다. 윤 회장은 잇따라는 내부 비판과 ‘언론 정상화’ 여론, 또 눈앞에 다가온 지상파 재허가 심사 등을 고려해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1월 재승인 심사 때 보도·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집중적으로 볼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윤 회장 사임에 대해 노조는 “방송개혁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눈속임”이라고 비판했다. SBS는 2008년 “방송 공익성을 보장하겠다”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이후에도 윤 회장의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지분 60%를 가져 대주주 이익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SBS 박수택 환경전문기자는 2009년 6월 윤 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보도를 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태영건설은 그 해 10월 낙동강 22공구 달성-고령 지구 등 4대강 관련 공사를 수주했다. 노조는 “윤 회장이 이사 임면권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것은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SBS 경영을 계속 통제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라며 “필요할 때마다 되풀이했던 사임 선언 대신 제도적으로 완전한 소유·경영의 분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