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청소년 집단 폭행사건의 영향으로 정부가 청소년 범죄 형량의 상한선,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재검토하는 등 관련 법률 손질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학생 집단 폭행사건 관련 관계장관 긴급 간담회를 열고 “근래 청소년 집단 폭행사건은 청소년 범죄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다”며 효과적 예방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법무부에 “형법, 소년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 필요성을 국회와 함께 검토하라”고 했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형법, 소년법 개정이 법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법 개정 필요성뿐 아니라 연령의 적절성, 형량의 상한선 등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가 이날 “처벌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정부가 형사미성년자 연령 및 소년범의 형량 상한선을 손질하겠다는 뜻을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다.
현행 형법·소년법 등에 따라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는 최대 징역 15년까지만 처벌할 수 있다. 살인같은 강력범죄에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돼 징역 2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만 14세 미만의 아동은 형사미성년자여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지난 1일 부산에서 벌어진 청소년 집단 폭행 사건 가해자 4명 중 1명이 만 13세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일어난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에서는 주범이 만 16세여서 검찰이 징역 20년형을 구형했다.
잇단 사건들을 계기로 소년법의 형량 상한선을 높이고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11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소년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64.8%, 소년법을 아예 없애 성인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이 25.2%였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소년법을 개정 혹은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소년법 폐지 청원’에는 25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소년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을 여야가 잇따라 발의했다.
그러나 잔혹한 사건 이후 격앙된 여론에 밀려 성급하게 엄벌주의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인 김광민 변호사는 “전체 소년범죄 중 10~13세의 범죄 비율은 0.1%에도 못 미치는데다 소년범이 증가했다거나 청소년의 흉악범죄가 늘었다는 증거도 없다”며 “부산 사건이 일어난 지 보름도 안 돼 정부가 소년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장인 김수정 변호사도 “특정 사건 직후에 처벌이 강력하지 않아 범죄가 발생한다며 응보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아동·청소년 범죄에 종합적으로 접근해 분석한 뒤 처벌 강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범죄 예방은 물론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가해자를 강력 처벌하는 단편적 대책보다는 청소년 범죄의 원인을 찾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최대 형량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국제법이 규정한 아동인권 보호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는 “18세 미만의 아동이 범한 범죄에 대해 사형 또는 석방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아동을 체포·억류·구금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적절한 최단 기간만 사용돼야 한다”고 돼 있다. 헌법재판소도 2003년 형사미성년자를 만 14세 미만으로 하는 형법 9조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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