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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별고사' 교과서 밖에서 출제한 연세대·울산대 등 중징계···내년 입학정원 줄어들 듯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6일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받고 있다. 이번 평가는 올해 공식 모의평가 중 마지막 시험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김기남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6일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받고 있다. 이번 평가는 올해 공식 모의평가 중 마지막 시험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김기남 기자

DNA간 유전반응, 최대반사율, 최대색상률. 대학교육을 받은 성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이 용어들은 2017학년도 연세대학교 입학시험 때 구술고사와 논술에서 출제된 것들이다.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을 유발하는 대학별고사를 금지한 교육부 조치를 어기고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문제를 출제한 대학들이 중징계를 받게 됐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에 대학별고사를 실시한 대학들을 대상으로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했는지 분석한 결과, 서울대와 연세대를 비롯해 11개 대학이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적발된 대학은 건양대,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상지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안동대, 연세대 서울캠퍼스와 원주캠퍼스, 울산대, 한라대 등이다.

특히 연세대 캠퍼스 두 곳과 울산대는 2016학년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공교육정상화법을 어겼다. 두 대학은 재정지원에서 제재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2019학년도 입학정원 일부를 ‘모집정지’하는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모집정지 규모는 총 입학정원의 최대 10%다. 모집정지 규모는 총 입학정원의 최대 10%지만 교육부는 위반 계열에 대해서만 모집정지 조처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연세대 서울캠퍼스 자연계열·과학공학인재계열·융합과학공학계열(정원 677명),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예과(정원 28명), 울산대 이과계열(정원 104명) 중 최대 10%가 감축될 수 있다.

교육부는 연세대 두 캠퍼스의 울산대 총장에 대해서는 대학 측에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대 등 나머지 8곳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평가할 때에 감점을 하고 지원금도 삭감하는 등 재정 상의 제재를 받는다. 대학별 모집정지 규모는 교육부 행정처분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내 확정된다.

[대입 개혁 키워드]‘교과서 밖’ 논술·구술, 교사도 “난해”…사교육으로 내몰아

이번에 교육부가 적발한 연세대의 위반사항은 특기자전형 과학공학인재계열, IT명품인재계열, 국제계열(융합과학공학 계열) 구술고사 3개 문항과 자연계열(화학·생명과학) 논술고사 2개 문항이다. 생명과학 논술에서 무성생식에 관한 문제를 내면서 고교 교육과정에 없는 DNA 간 유전반응 내용을 포함했다고 교육부는 지적했다. 반면 연세대는 “교과서에도 관련된 개념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연세대는 국제계열 구술고사 문제에 나온 ‘최대 반사율’과 ‘최대 색상률’의 경우 “교과서에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누구나 다 아는 용어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연세대와 울산대는 법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이의제기 등 불복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대학별고사가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부추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등 ‘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규제를 해왔다.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뽑겠다며 사실상 ‘본고사’를 부활시키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 발표에서 보이듯이, 대학들이 고교 교육과정 안에서만 문제를 내겠다면서도 맞춤형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사실상 풀기 힘든 제시문을 내놓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교육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에 의뢰한 이번 조사의 검토대상은 2017학년도에 논술 및 구술·면접고사를 시행한 57개 대학의 2294개 문항이었다. 그 결과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된 문항이 전체의 1.9%였다. 영어에선 위반사항이 없었고 수학에선 1.0%로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과학에선 4.3%가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2016학년도의 7.7%에서 크게 줄었다.

올해 수시모집 경쟁률, 고려대 3분의1로 떨어지고 연세대는 올라가고

김경학 기자

 
주요 대학들의 2018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이 대부분 마감됐다. 당초 지난해보다 수시모집 인원이 늘고 재학생 수도 1만명가량 줄어든 까닭에 경쟁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6월·9월 모의평가 문제가 어려웠던 탓인지 크게 낮아지지는 않았다.

14일 현재 서울대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7.09대 1로 지난해 7.32대 1보다 조금 낮아졌다. 경희대 서울캠퍼스와 서강대 경쟁률도 소폭 내려갔다. 하지만 성균관대와 한양대 서울캠퍼스, 중앙대, 동국대는 모두 조금씩 올라갔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9월 모의평가가 어려웠기 때문에 수시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4.47회였던 1인당 지원횟수가 이번에는 4.8회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는 22.03대 1에서 7.32대 1로 경쟁률이 뚝 떨어졌다. 이 대학 수시모집 전체 경쟁률은 최근 5년간 21~23대 1이었는데 응시자 수가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대학별고사인 논술 전형을 없애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상대적으로 높게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고려대는 논술을 없앤 뒤 모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바꾼데다 4개 영역 6등급 등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높다보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학생부·수능·자기소개서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3중고’가 되어버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연세대 서울캠퍼스의 경쟁률은 19.95대 1로, 전년 14.37대 1보다 크게 높아졌다. 대학별고사 시점을 수능 전에서 수능 뒤로 바꿨기 때문이다. 수능 점수에 따라 응시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형별로 보면 모집정원이 늘어난 학종은 다소 경쟁률이 떨어지고, 정원이 줄어든 논술전형은 올라갔다. 학생부교과전형(교과) 경쟁도 더 치열해지게 됐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올해부터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기 쉬워지면서 지원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