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차량 사망사고 나면 어린이집 폐쇄…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 올해말 도입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입력 : 2018.07.24 11:02:01 수정 : 2018.07.24 18:58:57

앞으로 아이가 갇혀 숨지는 등 통학차량 사망사고가 난 어린이집은 즉시 문을 닫는다.

정부가 통학차량 안전사고가 난 어린이집은 즉시 폐쇄하고, 원장도 5년간 다른 시설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제재를 강화한다. 차 안에서 잠든 아이가 있나 확인하는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슬리핑 차일드 체크)’도 올해 말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에만 적용했던 ‘원스트라이크아웃’을 통학차량 사망사고에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그간 통학차량 안전 사고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원장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제재 수준이 낮아 원장의 관리책임을 묻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유치원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동두천의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아이가 갇혀 있다 숨진 사고 뒤 관심을 모은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는 올해 안에 도입한다. 통학버스 맨 뒷자리의 확인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자동차 열쇠를 뽑으면 경보음이 울리게 만든 장치로, 운전자가 남은 아이를 반드시 살피도록 하기 위해 개발됐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통학차량에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다.

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아이가 어린이집에 출석했는지 자동 확인하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아이의 가방이나 소지품에 단추 크기의 휴대용 단말기를 붙이고 어린이집 입구나 통학차량에 또다른 단말기를 붙이면, 차에서 내렸는지 학원에 들어왔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장치를 어린이집 보육정보시스템과 연결해 아이들 안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또 현재 원장과 통학차량 운전자만 받는 안전교육을 차에 같이 타는 보육교사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오래도록 현장에서 떠나있다 다시 취업한 보육교사는 일을 쉬었던 기간에 따라 의무교육 과정을 만들어 경력 공백을 메우게 하겠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대책에서는 보육교사들의 자격 강화보다는 근무환경 개선에 힘을 실었다. 보육교사의 교육수준이나 자격요건을 아동학대와 연결짓는 주장도 있었지만 정부는 연구결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쌓인 교사들의 스트레스가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보육교사들의 근무환경 개선방안은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보육교사 한 명이 오랜 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구조를 개선하고 하루 8시간 근무를 보장할 수 있도록 다음달쯤 보육지원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보육교사가 과도하게 작성하는 행정서류들을 더 간소화 해, 보육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들은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실제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복지부는 “법 개정 작업을 하반기에 진행해 빠르면 올해 안에 관련 법들이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는 작동 방식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한 대 설치비용이 25만~3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장치 설치비는 어린이집들이 부담해야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시설에는 정부가 일부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